나무수국, 붓꽃, 민들레
요즘 어째선지(게을러서지) 산책이 유일한 운동이 되었다. 걷다 보면 종종 아름다운 꽃을 마주치곤 한다. 며칠 전 비가 내리고 난 다음부터는 초록빛도 점점 진해지고, 사방에서 꽃이 경쟁적으로 피어나고 있다. 산책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나무수국
불두화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이름은 이 꽃의 화사함과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꼬불거린다고 부처 머리라고 하다니. 그냥 우리말로 된 이름 나무수국이 훨씬 낫다.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새색시 같이 순결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쁜 꽃에게 그런 별명을 붙였는지. 차라리 스노우 볼이라는 영어 이름이 낫다.
화분에 있는 아이들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마당에서 마음껏 자라는 아이들은 키가 2,3미터씩 쑥쑥 자라난다. 꽃 색은 보통 하얀색이 많지만, 흙이 산성이면 푸르게, 알칼리성이면 붉게 변한다. 일반 수국이 장마철 즈음에 피는데 비해 나무수국은 5, 6월에 꽃이 핀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수국의 꽃말은 냉정, 무정, 그리고 거만. 수국의 꽃말도 마찬가지지만, 진실한 사랑, 처녀의 꿈, 진심, 인내심이란 꽃말도 있다. 꽃은 그저 가만히 제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건만, 사람은 참 가만 있는 꽃에 이것저것 엉뚱한 이름이나 꽃말을 붙이고 있으니. 할 일도 없나 보다.
붓꽃
붓꽃은 난초처럼 쪽 곧게 뻗은 대에서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꽃을 피운다. 그 모습이 어찌나 품위있어 보이는지. 다른 나라 사람들 눈에도 그렇게 보였나 보다. 프랑스 사람들도 자기들 나라꽃으로 정하고,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도 자기들을 대표하는 꽃으로 내세운다.
화투패에 그려진 난초는 사실 난초가 아니라 붓꽃이다.
난초와 붓꽃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외떡잎식물이고 나란히잎맥이라는 점을 빼면 전혀 다른 식물이다. 붓꽃은 비짜루목, 붓꽃과, 붓꽃 속에 속하는 붓꽃종이 식물로 학명은 Iris sanguinea이다. 난초는 아스파라거스목, 난초과에 속하며 학명은 Orchidaceae이다.
붓꽃이란 이름은 그 봉오리가 먹물을 머금은 붓처럼 둥글면서도 끝이 뾰족하게 솟아있기 때문이다. 역시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는 우리 선조다운 작명실력이다.
아이리스라는 이름은 그나마 하늘과 땅을 잇는 무지개(Iris)에서 왔지만, 오키드라는 이름은 고대 그리스어로 고환을 뜻하는 Orchis에서 왔다. 난초의 영양 줄기 생김새를 보고 고환을 닮았다고 연상된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아래 사진이 난초의 영양줄기인데, 어디가 닮았다는 건지.
민들레
민들레는 이른 봄을 대표하는 꽃이지만, 정말 우리 주변에서 내내 볼 수 있는 친근한 꽃이다.
병아리 닮은 노란 색에 키도 작아 아이들 손에 꺾이기 쉽다. 꽃이 피었을 땐 반지며 화관 만들기로 제 한 몸 희생하고, 홀씨가 맺히면 또 후후 불어대는 장난감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귀여운 꽃이 영어로는 dandelion이라니. 뾰족뾰족한 잎이 사자 이빨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 민들레는 거의 외래종이다. 토종 민들레는 귀한 몸이 되었다. 외래종 민들레는 꽃받침 끝이 아래로 향한 반면, 토종은 위로 향해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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