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바이블 바이블 버거 & 코리안 라따뚜이버거

버거 바이블 바이블 버거 & 코리안 라따뚜이버거 / 원래 가려고 했던 단골 초밥집이 느닷없이 베이글 집으로 바뀌어 하는 수 없이 점심 먹을 데를 찾으러 빙빙 돌다 겨우 찾은 집이 바로 버거 바이블이었다.

2년이나 된 곳인데, 바람 불고 이슬비 뿌리는 오늘에야 눈에 띄다니. 오들오들 떨다 가게 문을 여는 순간, 훅 끼치는 따뜻한 훈풍과 맛있는 냄새! 여기는 찐이구나.

식사는 크게 버거 플레이트와 스몰 플레이트로 나뉘는데, 스몰 플레이트는 버거가 아니다. 궁금하긴 했지만, 버거집에 처음 왔으면 버거를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 버거 플레이트로 정했다.

우리가 고른 것은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바이블 버거와 다른 데선 볼 수 없었던 코리안 라따뚜이 버거였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메뉴판. 재료가 뭔지, 어떤 것이 접시에 담겨 나오는지 자세히 쓰여 있긴 했지만, 어떤 형태로 조리되어 나오는지는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이왕이면 사진 한 장이라도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이 그렇게 많은데, 일일이 설명하려면 직원분도 힘들 테니 말이다.

진저에일

조금 있으니 우리가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진저에일이다. 어릴 때 아빠 옆에서 홀짝홀짝 마셔버릇하다 좋아하게 되었다. 내 입맛에는 이미 향부터 사이다 보다 훨씬 맛있다. 탄산수에 생강차를 넣은 맛이라고나 할까.

옛날에는 병에 들었었는데, 오늘 보니 캔에 들어있다. 캔에 들어있는 건 처음 마셔보는데, 아무래도 유리병보다 맛이 덜하다. 맥주도 캔맥주보다는 병맥주지. 진저에일도 역시 유리병이다.

코리안 라따뚜이 버거

드디어 버거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주문한 코리안 라따뚜이 버거. 라따뚜이는 이것저것 남은 거 섞어 만든 음식이니, 이것도 역시 냉털 버거?

안에는 녹은 치즈가 주르르 얹힌 패티, 김치 볶음, 코울슬로, 상추가 차례로 쌓여있고, 깨가 듬뿍 뿌려진 번이 꼬치로 푹 꿰어있다. 달랑 그뿐. 옆에 곁들여주는 건 뭐 하나도 없다. 피클이나 감자튀김이라도 몇 개 주지.

와퍼처럼 손으로 들고 먹을 수도 없고(그러다 턱 빠질라), 칼로 자를 수도 없는 높이다. 꼬치를 빼고 위에 있는 빵을 상추까지 잡고 왼쪽으로 뒤집어 둘로 갈라놓고 잘라먹기 시작했다.

상추 쪽부터 먹어봤다. 팬에 살짝 구운 빵이 고소하다. 드레싱 살짝 뭍은 상추는 아삭거린다. 음, 합격.

그런데 코울슬로 아래 김치 볶음이 땡땡땡 불합격이다. 냉장고에 넣어둔 것을 퍼서 그대로 얹었는지 차갑다. 에잉. 그러니까 김치전 반죽 같잖나 말이다.

바이블 버거

옆에 나온 바이블 버거를 보니, 아름답다(이게 더 맛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제 글 쓰면서 보니, 고지혈증 있는 사람에겐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얘는 아예 양쪽으로 벌려져 오픈된 채 나온다. 패티 위에 녹은 치즈, 그 위에 베이컨을 두 쪽 올려놨다. 다른 쪽 빵 위엔 써니 사이드 업으로 구운 달걀 프라이가 떡하니 올라와 있다. 오늘 같은 칙칙한 날, 해님을 여기서 보는구나.

혹시 이 베이컨은? 하고 작게 한 쪽 잘라주는 걸 먹어봤다. 따뜻하잖아? 당연한 건데, 아까 차디찬 김치를 먹고 보니 당연하지 않아 보인다.

난 차라리 샐러드나 유에스에이 버거를 먹을 걸 그랬다. 다 좋았는데 차가운 김치에서 점수 훅 깎았다. 찬 음식은 차게, 따뜻한 음식은 따뜻하게!

(1) 그래도 즐겁고 맛있게 먹었다. 가장 맛있는 건 내가 안 차린 밥상과 남이 사주는 음식이다. 감사하게 잘 먹었다.

(2) 홀의 좌석이 다 차서 문 옆에 있는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밖을 내다보며 먹는 느낌도 좋았다. 다른 도시로 여행 간 기분도 났다.

(3) 나중에 찾아보니 미국 요리학교 The C.I.A. 출신 오너셰프가 운영하는 집이란다. 난 잘 모르는데, 미국에선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학교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