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푸도 라멘
이토야 문구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긴자 기무라야에서 단팥빵과 커피를 마신 것이 불과 2시간 전이지만,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그래도 배가 고팠다. 그래서 찾은 곳이 큰애가 추천한 잇푸도 一風堂이라는 라멘집. 아침에 들렀던 긴자 기무라야는 다행히 들어가자마자 자리가 나서 바로 앉았는데, 이곳은 어떨지. 배고픈 걸 참고 줄 서는 건 참 곤욕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다른 데로 간다고 바로 먹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사실 왔다 갔다 하지 않고 어느 한 군데 그냥 서 있는 게 가장 빠른 걸지도 모른다.
라멘을 먹으러 잇푸도 가는 길은 상쾌하면서도 애매했다. 사진에서 보듯 한쪽은 흐리고 한쪽은 맑게 갠 하늘. 바람은 불어 산뜻하긴 하지만, 6분 정도 되는 그 짧은 거리를 걷는 동안 비가 뿌리다 말다를 반복했다. 12시 반으로 접어드는 참이라 길에는 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먹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비 맞을까 서둘러 들어간 가게 안. 깜짝 놀랐다. 이런 코스모폴리타닉한 라멘집이라니! 정말 다채로운 인종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라멘을 즐기고 있었다. 이쪽으로 향한 사람들은 피해서 거의 천장을 향해 카메라를 들고 찍어봤다. 얼굴을 피해서 찍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다양함을 담는 데는 글쎄.
일풍당의 이 시원한 오차가 아주 일품이다. 이제까지 마셔본 오차 중에 이날 마신 이 오차가 으뜸이었다.
자, 이제 타는 목을 달래주었으니, 배를 달래줄 차례.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니만큼, 주문은 앞에 놓인 패드로 한다. 사진이 있어 어떤 음식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말로도 나와 한결 편하다. 일본 관광객의 절대다수가 한국인인 만큼, 어딜 가나 한글 안내가 있어 편리했다.
추천 메뉴를 보자. 궁극의 아카마루 신이지와 궁극의 시로마루 모토아지, 그리고 궁극의 카라카멘 세 가지가 보인다. 아카마루신이지 赤丸新味는 돈코츠 라멘에 매운 된장을 더한 라멘이다. 시로마루 모토아지白丸元味는 원래 돈코츠 라멘 맛 그대로의 부드러운 육수다. 원래의 맛이라 원미, 맵게 새로 만들어낸 맛이어서 신미다. 카라카멘은 마라를 비롯한 향신료가 들어가 매콤하고 자극적인 라멘이다.
가만 보니, 이곳 메뉴는 크게 빨강과 하양으로 나뉘는 것 같았다. 보통 한국 사람이라면 얼큰한 빨강이를 고른다지만, 우린 둘 다 맵찔인데다 마라는 질색이어서 챠슈 시로마루와 궁극의 시로마루 모토아지를 주문했다.
챠슈 시로마루와 궁극의 시로마루 모토아지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반숙 달걀 반 개와 김 두 장이 들어가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요 차이가 40엔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는 과연 어떨까?
주문하고 앞에 놓인 홍보물도 보고 이것저것 하고 있자니, 드디어 우리가 먹을 라멘이 나왔다.
두둥!!
음.... 차슈 시로마루는 어쩐지 메뉴판에 있던 그림이랑 좀 많이 다르다. 국물은 과연 어떨지? 숟가락으로 한 입. ??!!!
보는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고소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과하지 않게 진했다.
뒤를 이어 궁극의 시로마루 모토아지도 나왔다. 얜 그래도 그림과 좀 더 비슷하다. 달걀과 파 사이에 있는 채를 친 목이버섯이 보인다. 국물 맛은 이것도 똑같은 맛이지만, 김과 달걀이 있고 없고 가 이렇게 차이가 커 보이다니. 이래서 사람이 화장을 하는 건가 싶다. 한다고 별거 아니지만, 안 하면 또 어딘지 허전해 보인달까.
국물맛은 맘에 드는데, 과연 면발은 어떨까? 쫀득하면서도 끊어질 땐 또 톡 하고 끊어진다. 밀가루 맛은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맛이 마음에 들었다. (지난번 나카미세도리에서 먹었던 멜론빵의 밀가루 반죽 맛은 좀 충격이었다)
주문은 패드로 했지만, 계산은 나갈 때 문 옆에 있는 카운터에서 따로 해야 했다. 계산하는 직원도 일본사람이 아닌 히스패닉(일본이니 스패니쉬라고 해야 하나?)이었다. 종업원까지 다국적이라니 재미있었다.
잇푸도 긴자점 위치정보
- 위치 : 일본 〒104-0061 Tokyo, Chuo City, Ginza, 4 Chome−10−3 セントラルビル 1F
- 전화 : +81335471010
- 영업시간 : 매일 오전 11시~오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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