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간석역 린 중화요리 따총 덮밥과 삼선해물짬뽕

인천 간석역 린 중화요리 따총 덮밥과 삼선해물짬뽕

오늘은 기대 1도 없이 갔다가 정말 깜짝 놀란 청요리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어릴 적, 할머니들은 중국음식점을 청요리집이라고 했다. 아마 당신들 어릴 땐 중국이 청나라였기 때문일까. (할머니 어릴 적? 청나라? 하는 분들도 있겠다. 우리 할머니는 1901년, 이모할머니는 1892년생이셨다. 청나라는 1644년부터 1912년까지 있었으니, 그분들 어린 시절은 중국이 청나라였을 때가 맞다. ㅎㅎㅎ)

 

가끔 간석역 근처에 갈 일이 있는데, 근처에서 그다지 밥을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다. 역 근처에 음식점은 정말 많은데, 거의 다 저녁에 술과 곁들여 먹는 집이 대부분인지 정말 밥을 먹으러 갈 만한 데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린이라는 중국집을 갈 때도 아무 기대 없었다.

 

그런데 반전은 입구에 거의 다 가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주변은 어둑어둑하고 간판도 잘 찾기 어려워 긴가민가하면서 찾아 해멨다. 가게 앞으로 바짝 가서야 아, 정말 여기 가게가 있구나 했다. 우리만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초행인 사람으로서 정말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환하게 불 켜진 내부는 두 자리 빼곤 복작복작, 만석이었다!

 

인천 간석역 린 중화요리 따총 덮밥과 삼선해물짬뽕

 

직원이 빈 자리로 안내하는데, 사장이자 주방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기다려도 되긴 하는데, 주문이 밀려 한참 기다려야 한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다른 데 갈 데도 없는 우리는 물론 상관없다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고행이 시작되었다. 왜? 무슨 고행이냐고? 차례로 음식이 나오는 동안 그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으며 30분을 세 시간처럼 기다리는 건 정말 고행이었다. 호부호형을 하지 못하는 것만 고생이 아니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응~~ 수풀 림 林을 린으로 발음하는구나~~ 하나 배웠다. 메뉴판 첫머리에 ‘1인 주방장으로 운영하는 매장, 주문 순서대로 조리된다’라고 쓰여있다. 다시 말해 엄청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 되겠다.

 

인천 간석역 린 중화요리 따총 덮밥과 삼선해물짬뽕
주문은 카운터로, 물과 추가반찬은 셀프로

 

우리는 따총덮밥과 삼선고추짬뽕, 그리고 육덮밥을 주문했다. 육덮밥은 다진 돼지고기를 볶아 볶음밥 위에 올려내는 음식이다. 단독 메뉴가 아니라 다른 걸 시켜야 맛볼 수 있는 사이드 메뉴로, 작은 공기에 담겨 나온다. 주위 테이블을 보니, 다른 음식보다 먼저 나오는 것이 진짜 요리 나오기 전에 주린 배를 다스리고 있으라는 의미 같았다. ㅎㅎㅎ

 

우리가 주문한 따총 덮밥 외에도 따총 면이라는 게 있었다. 따총이 뭘까 궁금했는데, 따총은 대파를 뜻하는 대총大蔥를 대만식으로 읽은 거였다. 대파 기름과 향을 먹여 만드는 대만 가정식이란다. 사천식, 광동식, 상해식, 북경식… 중국집마다 각기 내세우는 스타일이 있는데, 대만식은 처음이라 흥미진진함에 기대가 배가되었다.

 

따총=대파

 

드디어 육덮밥이 나왔다. 작은 공깃밥이지만 콩 한쪽도 나눠먹어야지. 셋이 작은 접시에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우리 자매가 크게 한 숟갈, 나머지는 일하고 온 이모부가. 그런데 아뿔싸. 역시 음식 앞에 이성을 잃고 달려들어 먹느라 또 사진 찍기를 놓쳐버렸다. 지난번 돈까스 빌리지에서 스파게티 먹었을 때 사진 못 찍었다며, 이번엔 꼭 찍자 다짐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ㅜㅜ

 

이번엔 꼭 잊지 말고 사진 찍자며 다짐했다. 그리고 또 침을 흘리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코스요리를 시켰는지 쉬지 않고 나오는 가족 테이블을 보면서 ‘뭘 저렇게 많이 시켜’했다가, 어린 자녀가 있는 테이블에 음식 나오는 게 늦어지는 걸 보면서 ‘어린애가 배고파 지치겠다. 딱하지…’ 이러고 마음으로 온갖 참견을 다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우리 메인 메뉴 따총 덮밥과 삼선고추짬뽕이 나왔다.

 

따총 덮밥

 

이번엔 정말 잊지 않고 사진부터 찍었다. 셋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사진부터 찍으라고 외쳤다. ㅋㅋㅋ 그래서 찍은 사진 4장. 그러고는 정신 없이 먹기 시작했다. 그다음 순서는 왕성한 저작활동과 더불어 감탄연발.

 

따청덮밥은 말 그대로 대파와 불향이 물씬 나는 요리였다. 동생에게 맛보라고 한 숟갈 덜어주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보기에도 파를 기름에 들들 볶아 파기름 듬뿍 내고 거기에 다진 돼지고기 볶아 간을 한 다음 밥에 얹어 낸 것에 불과한데. 왜 이게 이렇게 맛있는 걸까. 같이 나온 짬뽕 국물은 또 왜 이리도 진한 걸까.

 

불향 가득, 대파향 가득

 

삼선고추짬뽕은 매운 정도를 고를 수 있는데, 우리가 고른 것은 가장 안 매운맛이었다. 그래서 나 같은 맵찔이도 무난하게 뺏어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하지만 따총 덮밥이 너무 맛있어 손이 가지 않았다. 짬뽕을 먹은 동생 말에 의하면, 해물이 생물인 것 같고 면이 독특하단다. 사진으로 다시 봐도 얼마나 국물이 진한지 느껴진다.

 

삼선해물짬뽕

 

먹고 나서 오는데 신기하게도 속이 편하다. 보통 중국 음식을 먹고 나면 약간 더부룩하면서 어떨 땐 목덜미가 당기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여기 음식은 그런 게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집밥 먹은 느낌이었다. 밖에서 음식을 사 먹고 이렇게 속이 편한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면발이 독특하다고? 뭘까?

 

 

 

  • 위치 : 인천 남동구 주안로 234 풍림아파트 상가 1층
  • 전화 : 010-7141-2195 
  • 영업시간
    • 화~일 11:30~14:00 / 18:00~21:00
    • 월요일 : 휴무

 

린 중화요리 메뉴

메뉴는 면, 밥, 사이드 메뉴, 요리, 주류로 나뉘어 있었다.

 

  • 유니 짜장 8,000원
  • 삼선고추짬뽕(맵기 1-2-3단계 선택) 13,000원
  • 따총면 10,000원

 

  • 유니 짜장밥 9,000원
  • 삼선고추짬뽕 밥 14,000원
  • 따총 덮밥 10,000원
  • 잡탕밥 16,000원

사이드 메뉴

  • 육덮밥 3,000원
  • 군만두 4개 4,000원
  • 군만두 8개 7,000원
  • 공깃밥 1,000원

 

요리

  • 탕수육 소 15,000원
  • 탕수육 중 22,000원
  • 탕수육 대 32,000원
  • 덴뿌라 22,000원
  • 깐풍가지 20,000원
  • 라조육 23,000원
  • 깐소새우 25,000원
  • 해물누룽지탕 38,000원
  • 팔보채 36,000원

 

주류

  • 소주, 맥주 5,000원
  • 북경소주 8,000원
  • 연태고량주(대) 40,000원

 

강물 위에서 불꽃놀이를 보는 기분이란!

 

집에 오는 길. 전철로 한강을 건너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무심코 뭐지? 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캄캄한 하늘에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 이날은 세계 불꽃놀이 축제가 있던 날이었다. 신기하게도 펑펑하는 요란한 소리가 전철 안에서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불꽃은 안 보여도 소리는 들리기 마련인데. 사진으로 찍다가, 아! 동영상으로 찍는 게 더 낫겠다 싶어 바로 카메라를 전환해 동영상으로 찍기 시작했다.

 

강물 위에서 불꽃놀이를 보다니. 비록 전철 유리창을 통한 것이긴 하지만 정말 귀한 걸 구경했다. 이건 마치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수상음악을 한꺼번에 감상하는 기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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