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문명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빨간 페인트?
마야 문명(Maya civilization)은 BC 2000년경부터 17세기까지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에서 번영했던 문명을 가리킨다. 수학, 건축, 예술, 천문학, 역법 분야에서 특히 뛰어났다. ‘0’이라는 개념을 숫자체계에 도입한 최초의 문명이고, 태양신을 섬긴 그들은 율리우스력보다 더 정확한 태양력을 만들었다.
신기한 것은 마야 문명은 불균형적인 문명이었다는 점이다. 왕궁과 피라미드 신전, 천문대, 공놀이 경기장으로 구성된 도시들은 거의 석기시대 수준의 도구로 건설된 것이었다. 금속 제련기술이 도입된 것은 거의 10세기나 되어서였고, 그것도 금이나 은으로 공예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흔히 마야 사람들은 바퀴를 만들 줄 몰랐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바퀴를 못 만든 것이 아니라 열대우림에 늪지대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실생활에 쓸 수 없었을 뿐이다. 바퀴달린 장난감도 발견되었다고 한다(나무위키).
갑자기 사라진 마야 문명
마야 문명이 종말을 맞이한 것은 스페인의 침략 때문이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전에 멸망의 길을 걷고 있었다. 800년경 모종의 이유로 마야 사람들은 도시를 버리고 떠나기 시작했고 갑자기 멸망해 버린 것이다.
무슨 이유였을까? 가뭄, 질병, 학살사건… 마야 문명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언급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최근에 나온 한 연구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황화수은으로 인한 수은 중독이었다.
마야인들은 신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인신공양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들이 사람을 바치는 목적은 여러 가지였다. 전쟁포로나 노예, 처녀, 어린이 등을 주로 바쳤는데, 축구 비슷한 공놀이를 하고 진 팀의 선수를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일일이 열거하기도 그렇고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심장적출방식이다.
핏빛 도시가 멸망의 주범
이런 문화 탓이었는지, 마야 사람들은 도시의 건물들을 빨간 핏빛으로 칠했다. 그런데 이 붉은색 페인트의 원료는 진사(辰砂, cinnabar)였고, 이 진사의 주성분은 황화수은이었다.
황화수은은 수은과 황이 결합한 화합물로, 상온에서 빨간색 결정체의 형태를 띤다. 자연에서는 진사(辰砂) 광석의 형태로 발견되며, 고대부터 안료로 사용되어 왔다.
문제는 황화수은이 매우 유독한 물질이라는 점이다. 피부 접촉이나 호흡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면 심각한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수은 중독의 주요 증상으로는 신경계 손상, 기억력 감퇴, 우울증, 불안증, 두통, 시력 장애 등이 있다. 대표적인 수은중독으로 미나마타병이 있다.
마야인들이 도시 전체를 진사로 만든 붉은 페인트로 칠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들이 수은 중독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우기에는 빗물에 씻겨 내린 페인트가 지하수를 오염시켰을 것이고, 건기에는 마른 페인트가 먼지가 되어 호흡기로 흡입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마야 문명의 갑작스러운 몰락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최근 과학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1970년부터 2022년까지 마야 문명 시기에 도시였던 지역 10곳을 뽑아 연구했는데, 그중 7곳이 현대의 환경 기준치(0.05ppm)를 넘어선 수준으로 검출되었고, 특히 옛 마야 도시 티칼에서는 무려 17.16ppm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또, 무덤에 묻힌 마야인의 치아나 뼈에서 수은이 검출된 사례가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살아있을 때 몸에 흡수된 경우라고 한다(참고 : 경향신문).
기원전 3세기에 살았던 진시황의 사인 역시 수은중독이라는 설도 있다. 그가 말년이 될수록 기이한 행동을 보이고 폭군이 되었다는 것도 수은 중독의 증세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진시황릉 발굴대장도 황릉 바닥에 수은으로 만든 강과 배수 시설이 있었고, 주변 토양에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수은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주의사항
우리나라에서도 경면주사(鏡面朱砂)라는 전통 안료가 있는데, 붉은색을 낼 때 많이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도 수은은 많이 쓰인다. 주로 온도계나 압력계, 배터리, 촉매, 형광등 제조에 많이 쓰이고, 치과용 충전재 아말감 제조에도 사용된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지만,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요즘엔 전자식 체온계를 많이 사용해 많이 보이진 않지만, 눈금을 읽어야 하는 수은 체온계가 깨졌을 땐 절대 빗자루나 진공청소기를 사용하지 말고, 아래 첨부된 ‘수은사고 안전수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