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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1. 글을 쓴다는 것은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의 물은 바다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강일 수도, 졸졸 흐르는 시냇물일 수도 있다. 아니면 우물물이거나 샘물일 수도 있다. 수량은 다르고 물 맛도 다르지만 퍼내도 퍼내도 계속 퍼낼 수 있다는 점은 같다. 내 샘이 작은 옹달샘 같아 물을 몇 바가지 떠내고 나면 없으리라 생각되어 주저한다면, 그래도 퍼내라. 샘은 퍼내면 새로 솟는다. 그것이 샘이다. 한 바가지 밖에 안되 보였는데 퍼내면 또 거짓말 같이 그만큼 또 채워지는 것이 샘이다. 퍼내지 않으면 그대로 한 바가지지만 퍼내고 또 퍼내면 한 바가지에 또 한 바가지 계속 보태져 그 양은 비교할 수 없게 많아진다. 2. 글을 쓴다는 것은 습관이다. 운동이나 피아노 연습을 며칠 게을리 하면 .. 2013. 8. 27.
찬양 주일 아침 성가대의 찬양은 아름답다. 오늘도 찬양을 듣노라니 성가대석이 일순 변하여 은빛 바다가 되고, 산산이 부서지는 햇살아래 멜로디는 바람이 되어 영혼을 스치운다. 시들어가는 화초에 한 방울 물이 천하 없는 청량제가 되듯, 내 귀에 부어진 한 소절 한 소절은 잠자던 영성을 일깨워 소성케 한다. 다시 눈을 뜨니 은빛 바다는 성가대로 도로 바뀌고 햇살도 바람도 모두 찬양으로 돌아온다. 순간의 체험이 큰 위로가 되었다. 2013. 8. 25. 주일예배 에서 2013. 8. 26.
치매와 본성 치매에 걸리기 싫다. 잠 안오는 낯선 도시 낯선 호텔의 객실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치매에 걸리기 싫다고. 만약 그렇게 되면 음란과 호색, 방탕함, 남 헐뜯기 좋아하고 돈을 사랑하는, 거기다 실은 게으르고 저열하기까지한, 이제까지 감추고 꽁꽁 숨겨왔던 내 밑바닥 본성이 더 이상 감출 수 없이 무방비 상태로 만천하에 낱낱이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드러날 것 같다. 그것이 두렵다. 치매에 걸리면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내게는 고모님이 한 분 계신다. 그런 가설을 바탕으로 할 때 그 분은 정말 고아하고 깨끗한 인격을 가지신게 분명하다. 치매 후에도 효성과 우애가 깊고 다정하고 남을 존중한다.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깍뜻한 존대말로 대한다. 욕설은 치매 걸리기 전에도 후에도 고모 입에서 .. 2013. 8. 26.
경주여행 사진 2 - 석굴암과 불국사 평소에도 그렇지만 여행지에서는 더욱 종달새 스럽게 되는 까닭에 모처럼 야심차게 준비했던 경주야경은 즐기지 못했지만 대신 아침 일찍 석굴암과 불국사를 다녀오는 계획은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보문단지에서 10번 버스를 타고 불국사 주차장 입구에서 내려 길을 건넌 후 불국사와 석굴암을 오가는 12번 버스를 타고 석굴암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는 다시 그 버스를 타고 불국사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때로는 버스끼리 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산책을 하며 주변을 둘러 보자. 이른 시간이라면 아무도 없는 곳에 뚝 떨어진 듯 묘한 느낌도 경험할 수 있고, 6시 반 부터 문을 연다는 근처 식당 아주머니의 정겨운 호객행위도 경험할 수 있다. 불국사 주차장 입구 쪽에 있는 '디지털 관광안내도'도 이용해 보자.. 2013. 8. 17.
경주여행 사진 1 - 안압지, 대릉원, 천마총, 월성 7월 31일 부터 8월 3일 까지 3박4일 동안 경주 여행을 하고 왔다. 다음은 미처 올리지 못한 사진들. 여행기 쓰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올리게 되었다. 안압지 안압지는 원래 밤풍경 감상목록에 들어 있었지만, 숙소에 짐을 풀고 심심해져버린 까닭에 과감하게 일정을 변경하고 땡볕관람을 하게 되었다. 용감하게 배낭메고 뚜벅이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왔다. 옛날 수학여행 때 보았던 것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던 안압지 풍경. 월지(月池; 안압지의 원래 이름) 바닥에서 발견된 일종의 주사위.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여러가지 명령이 쓰여있어 술자리에서 던져 나오는 행동을 하도록 하게 되어 있다. 조금 응용하면 연예 프로그램에서 사용하기에도 손색 없어 보였다. 언덕 위 느티나무 고목. 운치 있어 보이는 것이 .. 2013. 8. 17.
길잡이가 되는 블로그 2選 학창시절은 물론이고 인생을 살면서 존경하는 스승을 만나는 것은 큰 복이다. 존경할 만한 분을 만나게 되면 우리는 그 분을 스승으로 삼고 늘 배우고자 하고 때론 넘어서고자 하며 따라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닮아가게 된다. 그것은 인터넷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 세상에서 한 번도 대면한 적도 없지만 그런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블로그가 있어 소개한다. 1. 블로그 선생님 Bloggertip.com 네이버, 싸이, 이글루스 등등을 전전하다 티스토리에 블로그를 개설하게 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운 좋게도 Zet님의 Bloggertip.com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Zet님은 블로그 운영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재하고 계셨는데 마침 블로그를 새롭게 시작할 무렵이었던 나는 글 하나하나를 정독해가며.. 2013. 8. 10.
알약과 시계 알이 굵은 약은 목에 걸리는 느낌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삼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아주 괴로워 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자리에 모가 나 있기라도 하면 더욱 그렇다. 내가 먹는 비타민이 그렇다. 오메가3는 커도 매끈하게 코팅이 되어있기 때문에 그나마 부드럽지만(사실 그래도 식도 어딘가에 걸려있는 느낌이 들 때도 종종 있기는 하다), 종합비타민의 경우는 타원형으로 생겼으면서도 위,아래로 모가 나있기에 먹기 불편하다. 꺼끌거리는 느낌이 연구개와 목젖을 거쳐 식도로 내려가면서 영 괴롭다. 마치 긁으면서 지나가는 것 같다. 내가 '약이 너무 크다'는 생각에 집착해 편집증 환자 처럼 구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신경을 긁고 육체나 하는 일에 피해를.. 2013. 8. 8.
수영장, 그리고 엄마 아마 초등학교 5학년, 아님 6학년 쯤 되었을 때였을 게다. 여름이었는데 친구들과 어찌어찌 하다 날도 덥고 하니 수영장에 가서 놀기로 하고 신나게 집으로 들어갔다. 아뿔사, 엄마가 안 계셨다.수영가방은 혼자 챙겨도 해결 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입장료, '돈'이 문제였다. 돼지 저금통이며 책상 서랍을 다 뒤져도 입장료가 되기엔 얼마큼이 모자랐다. 옳거니!그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입었다 걸어 놓은 옷 주머니에는 다만 얼마라도 있겠지 싶었다. 샅샅이 뒤져도 한계가 있었다. 동생들이야 말 할 것도 없이 나보다 돈이 더 없을 터. 아이들이랑 수영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은 다가오고 엄마는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고... 그야말로 속이 탔다. 급기야 급한 마음에 엄마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겨울에.. 2013.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