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이름없는 파스타' - 낮은 가격, 높은 만족도

 

 

이대 '이름없는 파스타' - 낮은 가격, 높은 만족도

 

다른 식구들은 모두 저녁 약속이 있어 밖으로 나가고 남은 것은 나와 큰 애 단 둘.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우리는 단박에 번개 만남을 갖기로 했다.

 

해가 떨어지고 의외로 선선한 저녁나절. 학교 앞을 이리저리 걸으며 뭘 먹어야 할까 탐색에 나섰다. 떡볶이도, 찜닭도, 찌개도 마다하고 걷던 우리에게 간택받은 것은 바로 파스타였다.

 

 

이름없는 파스타. 그게 가게 이름이다. 활짝 열려 홀도 부엌도 모두 공개된 공간이 깔끔했고 가격도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가끔 오가다 맛은 과연 어떨까 궁금하긴 했다.

 

큰애는 알리오 올리오, 나는 멘다이코 가르보나라를 골랐다. 평소에는 오일 파스타를 좋아하고 크림 파스타는 잘 먹지 않는데, 명란과 달걀은 또 어떤 맛을 낼지 호기심에 선택했다.

 

 

요즘 대부분의 가게가 그렇듯 이곳도 무인 주문-결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일하는 사람 둘이 온전히 주방 일을 담당하고 일절 돈이나 카드를 만지지 않으니 좀 더 위생적일 수도 있겠다. 주인 입장에서도 신경을 덜 쓰고 인건비도 굳으니 좋겠지. 하지만 또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는 없어진 셈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참, 카드를 밀어 넣으면 다른 기계처럼 반정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잡아채서 안으로 쑥 들여보낸다. 깜짝 놀랐다. 영수증은 왼쪽 아래칸으로 나오는데 소리 없이 떨어진다. 꼭 챙기자. 카드 영수증 함부로 버렸다가는 낭패 본다는 보도도 있었다. 내 앞사람 둘이 가져가지 않아 영수증이 세 장을 줏어들고 이걸 주방에 전달해주는 건가 싶어 어리둥절했다. 한참 들여다보고 나서야 나머지 두 장은 내 것이 아님을 깨닫고 일하는 분께 알려드렸다.

 

주문, 계산 뿐 아니라 서빙과 뒷정리도 담당자가 필요 없다. 주방 바로 앞에 카운터 형식으로 마련된 자리라 조리한 사람이 건네고, 다 먹으면 선반에 올리면 끝이다.

 

서빙과 뒷정리하는 사람이 따로 필요 없다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주문을 하고 포장된 음식을 받아갔다. 가게도 좁고 포장하면 1,000원을 깎아주니 그럴 만도 했다.

 

사실 포장 그릇을 보면 오히려 천원을 받아야 할 것 같았지만, 그럼 누가 일부러 포장해 가며 먹겠는가. 주인 입장에서야 여기서 남으나 저기서 남으나 마찬가지니 테이블 회전을 위해서는 포장 손님한테 천 원 덜 받는 편이 나을 것이다..라고 생각해봤다.

 

화르륵 불쇼

 

기다리는 동안 센 불에 뭔가를 볶을 때면 화려한 불쇼가 펼쳐진다. 비록 사진에는 아기 용이 하품하는 정도 크기의 불 밖에 잡히지 않았지만...

 

알리오 올리오

 

멘타이코 까르보나라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위의 것이 알리오 올리오고, 아래쪽이 내가 시킨 멘타이코 까르보나라다. 일본식 파스타라고 가게에 써있는 것처럼 포크 대신 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이 나온다.

 

알리오 올리오가 먼저 나왔다. 통통한 새우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한 입 뺐어먹었다. 컥 하고 후추향이 목을 쳤다. 의외로 칼칼한 맛이었다 내 것은 크림 파스타답게 부드러운 맛이었다. 거기에 명란과 달걀이라니. 전부 고소 고소한 맛을 자랑하는 것들의 모임 아닌가.

 

일단 명란을 풀어 먹어보고 다음엔 달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둘 다 섞어서 먹어봤다. 달걀만 푼 것이 3등, 그다음은 명란만 푼 것, 가장 맛있었던 것은 역시 둘 다 섞은 것이었다. 그러니 애초에 둘을 한꺼번에 올린 것이었겠지.

 

곁들여 나오는 반찬은 숙주나물을 살짝 데쳐 초를 넣고 무친 것 한 가지였다. 간장종지만한 그릇에 한 젓가락 먹으면 없어질 만큼 작은 양을 준다. '숙주 좀 더 주세요' 했더니 '피클 더 드릴까요?'란다. 숙주 피클? 요거 한 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 - 다른 집 1/2정도. 그래서 더 맛있게 느껴졌나.

청결 - 깨끗했다. 틈틈이 주변을 반들반들 닦고 치웠다.

- 맛있었다. 비싸지 않은 파스타 집 중에는 흥건하게 국물처럼 하는 등 영 아닌 집들도 있었는데, 이곳은(적어도 내가 먹어본 두 가지 파스타에 한해서는) 맛도 괜찮았다.

다음에 이대 앞에서 누가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하면 데려갈 곳이 하나 생겼다.


집에 와서 숙주 피클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잘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촛물을 만들어 뜨거울 때 부어 만든다. 숙성 시간도 하루 이틀밖에 걸리지 않으니 그거 마음에 든다. 덕분에 좋은 반찬 레시피 하나 얻게 된 셈이다.

숙주 피클 만드는 법-포인트만 알면 더 맛나게 먹을 수 있다/달콤 향기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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