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짜장상회, 경의선 철길이!

서강대 짜장상회

비가 그친 다음날. 오늘 아침엔 경량 패딩을 입을 정도로 갑자기 기온이 내려갔다. 학교 가는 아이들도 웅크린 채 종종걸음 치는 게 보였다. 

하지만 오후에 나오니 바람은 아직 좀 불지만 완연한 봄날이었다. 집 앞 화단을 따라 철쭉과 황매화가 가득 피어있었다. 어쩜 이리도 찬란한 봄인지! 모자를 날리려는 바람쯤 무시하고 길을 나섰다. 

화단에는 붉은 철쭉이!
철쭉 사이 보이는 노란 황매화가 싱그러워!

 

연대 앞으로, 또 서강대로 한참을 걸었다.  맑은 하늘에 새로 돋은 나뭇잎, 그리고 갖가지 색깔의 꽃잎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 갑자기 맞닥드린 봄, 봄, 봄! 생명으로 충만한 세상이 내 마음까지 물들이는 것만 같았다. 

찻길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거야?

 

그렇게 걷다 보니 길 건너 짜장면 집이 눈에 띄었다. 짜장상회. 군만두 4천 원, 탕수육 9천 원.... 이런 거 눈여겨보면 안 되는데 말이지.....

옛날 만화영화에서 냄새의 손에 이끌리어 홀린 듯 걸어가는 미키처럼 길을 건너 가게로 들어가 앉았다. 

짜장상회에서

 

식권 자판기

자리에 앉아 가게를 둘러보니, 남자 두 분이 일하고 계셨다. 주문은 입구 앞에 있는 식권 자판기에서 하면 된다. 요즘 많이 보는 키오스크와 다르게 생겨서 신기했다. 현금 결제하면 공깃밥, 만두, 음료 빼고 모든 메뉴 500원 할인이다. 카드 수수료 대신 깎아주나 보다. 

외부음식은 반입 금지라고 쓰여 있었다. 짜장면 먹으러 오면서 갖고 들어오는 외부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짜장상회 식권자판기

짜장상회 메뉴

식권 자판기를 보니, 다음과 같은 메뉴가 있었다. 

  • 짜장면 4,500원 / 곱빼기 5,500원
  • 짬뽕   5,500원 / 곱배기 6,500원
  • 우동 5,500원 / 곱빼기 6,500원
  • 짬짜면 6,500원 / 곱배기 7,500원
  • 매콤볶음짬뽕 7,500원 / 곱빼기 8,500원
  • 얼큰쟁반짜장(1인분) 7,500원 / (2인분) 14,000원
  • 미니 탕수육 5,000원 / 탕수육(소) 9,000원 / (중) 13,000원 / (대) 17,000원
  • 군만두 4,000원 / 군만두 반 접시 2,000원

자판기 말고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에는 다른 음식들도 있었다. 아마 내가 자판기 첫 화면만 봤나 보다.

  • 철판해물볶음짜장 (1인) / 7,500원 / (2인) 14,000원
  • 볶음밥 6,000원
  • 새우볶음밥 7,000원
  • 짬뽕밥 6,500원
  • 짜장밥 6,000원
  • 잡채밥 7,500원 
  • 1인 세트 : 짜장면 1 + 미니 탕수육 9,500원 / 짬뽕 1 + 미니 탕수육 10,500
  • 2인 세트 : 짜장면 2 + 미니 탕수육 14,000원 / 짜장 1 + 짬뽕 1 + 미니 탕수육 15,000원 / 짬뽕 2 + 미니 탕수육 16,000원
  • 음료수 1,500원 / 공기밥 1,000원
  • 주류 반입은 안 된다고 쓰여 있는데, 메뉴판에도 술은 보이지 않았다. 술은 먹지 못하는 중국집인가? 특이하다. 

짜장면과 군만두

우리는 짜장면과 군만두를 하나씩 시켰는데, 정말 금방 나왔다. 이 가게는 뭐든지 셀프다. 음식이 나오면 내가 직접 날라야 한다. 쟁반에서 식탁으로 옮기는데, 짜장면 그릇이 정말 뜨겁고 묵직하다.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전광석화처럼 나타나 짜장면을 비비는 저 손을 보라. ㅎㅎ 

짜장상회 짜장면과 군만두

맛을 보려고 입에 넣는 순간, 기겁을 했다. 정말 뜨거웠다. 짜장면이고 만두고 다 뜨겁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앞에서 금방 튀기고 삶아 내주는 음식을 받아 즉시 입에 넣으니 뜨겁지 않을 리 없다. 자세히 보니 만두 위에서 기름이 자글자글 작게 끓고 있는 게 보인다. 

혹시 가서 드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조심할 것. 아, 뜨거워요. ㅜㅜ 

짜장면은 달다구리 한 것이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맛이었다. 첫맛은 정말 맛있었는데, 이때 배가 고프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주 맛있지는 않았다. 만두는 금방 튀겨서 맛있었는데 어째 우리 동네 군만두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얇은 만두피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

사실 뭐든지 가격만큼만 기대해야 한다. 짜장면 4,500원, 군만두 4,000원인데 가격에 비해 훌륭하다. 그리고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는 법이니까. 

화장실 가는 길에 꽃밭이!

오른쪽에 보이는 문에 화장실이라고 쓰여 있다.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데, 혹시 더러우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다. 조심스레 문을 여니, 보조 주방이었다. 화장실이 아니었다. 어머나. ㅎㅎ점심을 준비하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신다. 오른쪽으로 쭉 따라 나가라고 하신다. 

응? 알려주신 대로 걷는데 갑자기 눈 앞에 꽃밭이 펼쳐졌다. 이게.... 뭐지?

깨닫고 보니, 가게 뒤편이 바로 경의선 길. 그동안 경의선 길을 걸으며 저 집들은 어떤 곳일까 궁금했는데, 내가 바로 그 안에 있었다! ㅎㅎ 화장실은 제법 뽀송뽀송하고 깨끗했다. 사용한 흔적도 별로 없이. 겨울에 가면 몹시 추울 것 같긴 한데, 오늘 같은 날씨에는 아주 쾌적했다. 

짜장상회는 화장실 가다 보면 꽃밭이 나온다

경의선길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와 가게 뒤편으로 돌아가 봤다. 지붕 위로 짜장 4,000원.... 하며 흘러가는 전광판이 보인다. 그 아래 포장이 보조 주방이고, 왼쪽 옆 던 에드워드 마포점이라고 되어있는 곳이 바로 내가 꽃밭과 마주쳤던 그 자리다.  

잠깐 경의선 길 한쪽에 있는 꽃길을 걸었다. 색색의 튤립이 또 얼마나 눈부셨던지. 

오늘은 철쭉으로 시작해 튤립으로 마치는 날이구나. 

아, 튤립이 참 곱다


짜장상회 위치 정보

  •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수동 백범로 52
  • 전화 : +8227044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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