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얇은 수건 장만
올여름은 장마가 빨리 오려는지 5월부터 비가 잦다. 비가 내리는 날이 계속되면 아무래도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냄새도 나기 쉽다. 그래서 장마철이 되면 보통 때보다 얇은 수건을 쓰곤 한다. 빨리 말라서 좋고 냄새도 나지 않아 좋다. 아침을 먹고 여름용 얇은 수건을 장만하러 남대문 시장으로 출발했다.
남대문시장에는 옛날에 도깨비 시장으로 불리던 수입상가가 있다. 대도상가 C동 D동 지하에 있는데, 정말 없는 거 빼곤 다 있는 곳이다. 엄마 손 잡고 따라다니던 어릴 때, 얼마나 신기했는지. 지금은 그때처럼 사람으로 복닥거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역시 활기찬 곳이다. 전에 갔을 때 눈여겨봐 뒀던 곳을 찾았지만,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래서 사진을 찍어둬야 하는데. 호수, 상호 외워 오는 것은 정말 소용없다.
남대문시장 대도상가 용남이네
눈으로 여기저기 더듬고있는데, 남편이 여기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고 보니 똑같은 위치는 아닌 것 같지만 내가 봐 뒀던 물건들이 쌓여있었다. 오히려 내가 가려고 마음먹었던 곳보다(그곳이 어딘지 기억은 못했지만) 물건이 더 다양하고 많아 이곳에서 사기로 했다. 남대문시장 용남이네. 123호. 꼭 기억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또 잊어버릴 것만 같다. 그래서 블로그에 올리기로. ㅎㅎ
수입상가에는 많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특징. 그중에서도 이 가게는 제법 큰 축에 들어가 보인다. 수건부터 속옷, 앞치마, 신생아 속싸개....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사장님 취향이 반영되었겠지. 고운 꽃무늬가 마치 꽃집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찍기 전에 가게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하고 물었다. 흔쾌히 승락해 주셨다. 나야 고맙지. 하면서. 어쩐지 이모 같은 사장님. 목소리도 고우시다. 우연히 찾은 가게에서 물건도 사람도 좋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사장님 얼굴이 나왔네. 그래도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져 다행이다. ㅎㅎ
내가 산 수건은 2,500원짜리 긴 가제수건하고 그 옆에 3천 원짜리 수건 두 종류. 각각 4장씩 샀다. 이런 얇은 수건은 장마철에 특히 안성맞춤이다. 왜냐하면 빨래해 놓아도 금세 마를뿐더러, 비 많이 오는 날 학교나 회사 갈 때 가방에 한 장 넣어가도 좋기 때문이다. 또 여름 아니더라도 등산이나 여행 갈 때 부피가 갖고 다니기도 편하다.
시장에서 나와 명동 쪽으로 향하는 길. 신세계 백화점 근처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산 타워가 이렇게 가깝게 보이다니. 비 오는 날이나 가까워 보이는 거 아니야? 싶었다. 그러고 밥 먹고 나오는 길. 정말로 비가 왔다. 우산을 가져와서 다행이야~^^
집에 와서 오늘 사온 수건을 꺼내 봤다. 왼쪽은 그냥 얇은 수건, 오른쪽은 얇은 가제 수건.
가제 수건은 이렇게 살짝 비치는 정도다. 가제 수건 치고는 너무 얇지 않은 느낌이다. 아이들 있는 집에선 요런 거 하나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갑자기 선득해질 때 어깨에 덮어줘도 좋겠다. 난 세수 수건으로 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