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옆 천하보쌈 & 북촌 산책

창덕궁 옆 천하 보쌈 & 북촌 산책

마포 영광보쌈에 이어 한 달 만에 보쌈을 먹으러 창덕궁 옆 천하 보쌈을 찾았다. 원서동이라고 하면 얼른 생각이 나지 않지만 계동이나 창덕궁 옆이라고 하면 금방 생각나는 곳이다. 현대 사옥 쪽 창덕궁 담을 따라 난 길을쭉 따라 걷다 보면 오래지 않아 한정식집 용수산이 나오고 바로 근처에 천하 보쌈이 보인다.

창덕궁 옆 천하보쌈

 

천하 보쌈 메뉴

'보쌈'이라는 메뉴 딱 하나만 있는 영광 보쌈과는 달리, 이곳 천하 보쌈은 제법 메뉴가 다양하다. 보쌈이 주 메뉴지만, 그 밖에도 점심시간에 먹기 좋은 음식들이 몇 가지 더 들어있다. 사진을 찍을 때에는 몰랐는데, 추가 고기와 추가 김치 가격이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식사류

  • 보쌈정식(국내산) - 10,000원
  • 보쌈(특) 정식 - 12,000원
  • 불고기 정식(국내산 육우) - 10,000원
  • 순두부 비빔밥 - 9,000원
  • 낙삼 불고기(국내산/2인) - 22,000원
  • 된장 백반 - 7,000원
  • 낙지 정식(중국산/2인) - 20,000원

안주류

  • 모듬보쌈 - 60,000원
  • 보쌈 (국내산) : 大 45,000원, 中35,000원
  • 족발(국내산) : 大 45,000원, 中35,000원
  • 낙지볶음(중국산) - 30,000원
  • 쟁반국수 - 18,000원
  • 생굴(통영 직송) - 15,000원

천하보쌈 메뉴


우리는 보쌈 정식과 보쌈(특) 정식을 하나씩 주문했다. 어떤 걸로 할까 고민하다 하나씩 주문해서 비교해 보기로 했다. 사진으로 봐도 그 차이가 느껴진다. 멀리 있는 것이 일반 보쌈 정식이고, 가까이에 있는 것이 특정식이다. 가격은 2천 원 차이밖에 안 나는데, 하나는 접시 하나에 보쌈김치와 고기가 함께 올려져 있다.

그런데 특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보쌈김치와 고기가 당당하게 따로 접시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양만 다른 것이 아니었다. 우리 것만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특정식 고기는 전부 비계가 붙어있는 야들 촉촉한 고기였고 보통 정식은 비계 없는 퍽퍽 살도 함께 들어있었다.

사실 양으로만 따지면 그냥 보통 보쌈 정식도 충분하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우연히 랜덤으로 그런 거지 늘 특정식에만 더 맛있는 고기가 들어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여러분, 2천원 더 내고 특정식으로 드세요!
상추에 고기 한 점 올리고 그 위에 보쌈 김치 하나 올리고...

상추에 고기 한 점 올리고, 그 위에 또 보쌈 김치 하나 올려서 입에 쏙~. 겨울이 아니라 굴을 많이 넣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한 두 개 보이는 굴이 김치 맛을 시원하게 해 준다. 철 아닌 굴은 옆에다 고이 따로 격리시키고 배추 속과 배추김치를 맘껏 먹었다.

고기와 김치가 메마르지 않고 촉촉해 더 맛있다. 아삭아삭한 김치는 간도 딱 맞고 익은 정도도 딱 맞는데, 나 같은 맵질이 한테는 조금 매운 정도라 밥을 조금씩 먹어가며 먹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일찍 배가 불러졌는지도. 그러나 마나 다 먹었다. 밥은 반 정도 남기고.

한 달 전에 먹었던 보쌈과 비교해 보자면.... 영광 보쌈은 보쌈 딱 하나 2만 4천 원에 공깃밥은 따로 추가해야 했다. 다른 반찬이라고는 시원한 우거지 된장국 하나. 근데 이 국이 정말 맛있어서 이거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다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 천하 보쌈은 이렇게 하나씩 주문하니 2만 2천 원에 밥, 된장찌개에 반찬이 주르르 딸려 나온다. 2천 원 차이 같지만 사실은 4천 원 차이. 나라면 다음에 여기 올 듯.

천하보쌈 위치 정보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원서동 144
  • 전화 : +8227441614
  • 영업시간 : 아침 11시~ 밤 10시 (명절 휴무)

북촌산책

둔둔히 밥을.. 아니 고기를 먹고 나와 소화를 돕기 위해 북촌을 걸었다. 계동을 지나 삼청동으로, 다시 인사동을 지나 종로를 걸었다. 12,618보. 생각보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날이 덥고 습도가 높아 좀 힘들었다.

윤보선 생가 담장 위로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고층 건물 가득한 서울에서 이런 한옥을 보다니. 어쩐지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다.


이리 봐도 예쁘고 요리 봐도 아리따우니, 어느 것 하나 버릴 수가 없구나.


단풍나무 새 잎들이 만들어내는 그늘이 살포시 반그늘 담은 추녀와 어쩜 이리 어울리는지.


삼청동 길을 걷다 네 귀 반짝 들린 추녀 아래 갑자기 만화방이 나타났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부터 한 장 찍고 들여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 만화방이 아니구나. 알록달록 액세서리들을 파는 곳이었다. 검정 고무줄 쳐놓은 벽으로 파란 만화책 빽빽이 꽂아놓은 만화방인 줄 알았다. 한창 동네마다 만화가게가 성황을 이룰 무렵엔 너무 어려 드나들지 못하고 그 앞을 기웃 거리가 만 했는데. 만화책 아래 나무 벤치에 앉아 만화에 열중하던 동네 언니 오빠들이 신기해 보였다.

내가 드나들었던 만화가게는 그런 만화방이 아니라 비디오 테이프와 만화, 소설, 잡지를 한꺼번에 빌려주는 곳이었다. 그런데를 뭐라고 부르더라? 비디오 가게? 만화가게? 대본소? 우리 동네에는 비디오 점보라는 데가 있었는데, 주로 그곳을 이용했다.


한참 걷다보니 감고당길. 왼쪽으로 꺾으면 덕성여고가 나온다. 길을 건너면 인사동. 쭉 걸어내려가면 종로다. 점심시간이라 그림자도 짧고 그늘도 그닥 없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집 앞에서 뚝뚝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쏴- 하고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우리가 집에 도착하기를 기다리셨나. 헤헤.

한적한 감고당길 골목

요즘은 거의 오후마다 비가 오는 것 같다. 저녁때도 잘 오고. 내일도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데, 내일은 비내리는 거리를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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