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 봉원사/커피빈

아침 산책 - 봉원사/커피빈

며칠 전 아침. 그동안 더위를 핑계로 너무 운동을 안 하고 지낸 것 같아 아침 산책에 나섰다. 안산을 걸었다. 어느 길로 가든 꼭 봉원사를 거쳐야 한다. 여러 갈래길의 중심이 된달까. 

 

봉원사

이날도 봉원사를 지나다 보니, 탐스런 연꽃이 눈길을 끌었다. 사방이 온통 녹빛인데 혼자 노랗고 붉으레 하니 눈에 띄지 않으래야 안 띌 수 없다. 그 자태는 또 어떤가. 나는 모란을 좋아하는데, 두 꽃 모두 품위와 위엄, 우아함, 아름다움을 갖췄다. 게다가 옹졸하지 않고 탐스럽고 후덕한 그 느낌은 그냥 이쁘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진흙 바닥에 뿌리 내리고 물을 지나 높이 솟구쳐 꽃을 피우는 줄기 줄기들. 물은 한 방울도 용납하지 않고 도르르 튕겨내는 잎. 활짝 피어난 꽃은 함박웃음을 머금은 듯 하나 동시에 불꽃같다. 

함박 피어난 연꽃

 

그 위로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배롱나무 꽃이 한창이다. 대웅전 처마 단청이 무색하다. 

배롱나무

 

배롱나무 꽃그늘에 자리잡고 앉은 동물을 보라. 사자인지 해태인지 알 수 없지만, 마치 주인한테 삐쳐 돌아앉은 강아지를 보는 것 같다. 

 

봉원사 길을 벗어나 산으로 깊숙이 들어서는 길. 다져놓은 흙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올라가고 내려간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도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고. 안산은 작은 산이라 어느 길로 가도 다 통한다. 방향감각만 잃지 않으면 된다. 봄이면 흐드러진 벚꽃이 동굴을 이루고, 여름이면 짙은 녹빛 잎새가 하늘을 가린다. 가을이면 단풍, 겨울이면 새하얗게 눈 덮인 설국으로 변한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오르고 또 내리고

 

그렇게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된다. 아쉽지만, 또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지친 다리를 쉬어줘야 한다. 자동차가 기름 넣으러 주유소에 가듯, 사람은 카페인을 채우러 카페로 간다. 요즘 카페인 들어간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 위에도 안 좋고 뼈에도 안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이런 날은 조금 마셔 줘야지 싶다. 집에까지 가려면 정신을 차려야 하니까. ㅎㅎ

 

그래서 들어간 곳이 커피빈. 정말 직원 한 분과 우리 둘을 빼곤 아무도 없다. 간간이 배달 물건 받으러 오는 분만 있을 뿐. 안심하고 잠시 쉬었다 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치즈 머핀을 즐기며 창밖을 본다. 우리나라 사람보다 외국인이 더 많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정말 비행기도 타지 않고 해외로 여행 가 앉아있는 느낌이다. 지친 여행자가 남의 나라 카페에 앉아 몸도 맘도 내려놓고 쉬는 그 기분. 우리는 모두 세상을 사는 나그네다. 그런 느낌 드는 게 낯설지 않은 이유다. 이 세상을 졸업하면 더 좋은 곳으로 간다는 희망에 때로 힘들어도 골인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길. 올림픽 선수가 면류관을 쓰기까지 훈련을 거듭하듯, 우리도 인생이란 훈련장에서 매일 다듬어지고, 굳세져야 한다 

커피빈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치즈 머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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