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공원-몽마르뜨공원-아티장베이커스

서리풀공원-몽마르뜨공원-아티장 베이커리

어제 아침, 태풍보다 앞서 산책을 나섰다. 오후부터 거의 매일 비 소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속터미널역 3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건너 미도 아파트 옆으로 난 숲길을 걸었다. 옆에는 웬 공사가 한창이고, 전에는 없던 계단이 나 있어서 어리둥절했다. 촉촉이 젖은 숲, 진한 풀 냄새를 맡으며 산책로를 걸었...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다. 산책로가 없어지고 가파른 계단길만 남아 있었다. 무슨 공사지? 너무 힘들었다. ㅜㅜ

 

하지만 초반에 보인 계단 구간을 지나니, 걷기 수월했다. 다리는 힘들지 않은데, 숨이 차고 심장이 막 뛰었다. 마스크를 1년 넘게 쓰고 다니다 보니, 깊게 숨을 들이쉬는 힘이 떨어진 것 같았다. 마스크. 처음에는 마스크 하고 말만 해도 숨이 찼었는데. 익숙해지는 대신 다른 능력은 퇴화된 것 같다.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이 걱정된다. 처음부터 마스크를 쓴 채 놀이터로 나오고 등원하기 시작한 아이들. 

 

저만치 멀리 누에다리가 보인다. 서리풀 공원과 몽마르트르 공원을 이어주는 다리다. 습도가 높으니 나무며 풀이 제 세상을 만났다. 하지만 처서가 지났으니 이제 더 이상 자라기는 어렵다. 아쉽긴 하지만 가을을 준비하는 시기가 왔다. 마치 젊음을 갈무리해 노년을 맞이하는 중년들처럼. 

누에다리

 

다리 중간쯤 가니 남북으로 툭 트인 풍광이 시원하다. 멀리 우면산이 보이고, 가까이로는 검찰청과 법원이 보인다. 태풍이 우리나라 쪽으로 가까이 와서 그런가 바람도 속 시원하게 불어대 속이 뻥 뚫리는 듯하다. 

누에다리 위에서

 

다리를 건넜다. 몽마르뜨 공원으로 들어서자 토끼 보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애완견들로부터 토끼를 보호해 주세요. 애완견 목줄은 꼭 붙잡고 다니세요. 애완견의 배설물은 직접 치워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아마 개들이 토끼를 보면 정신없이 뒤쫓나 보다. 그것이 개의 본능이긴 하지만, 당하는 토끼 입장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니 봉변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작은 소리에도 쇼크사한다는 토끼임 에랴. 

토끼를 보호해 주세요

 

과연 토끼가 있을까 싶었다. 옛날에 여의도 공원에서 본 토끼를 떠올려 보면, 보통 숨기 좋은 덤불나무 밑으로 다녔다. 걸으면서 쥐똥나무나 회양목처럼 낮은 나무들을 유심히 보고 다녔다. 그런데 정말 토끼가 있었다. 폰을 꺼내는 동안 뒤돌아 나무 덤불 아래로 들어가 버렸다. 아쉬웠다. 

몽마르뜨공원에서 만난 토끼

 

토끼는 어디로 간 걸까? 간식? 2시간 가까이 걷다 보니 슬슬 충전을 하고 싶었다. 카페로 들어가 쉬었다 가야겠다 싶어 큰길로 나가갔다. 우리가 찾은 곳은 아티장 베이커스. 문 앞에 내가 좋아하는 떡갈 고무나무가 있길래 찍어 보았다. 언젠가 넓은 집으로 옮기면 갖다 놓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다. 방 두 개에서 세 개로 옮길 때는 잘 몰랐는데, 네 개로 늘리려니 문턱이 너무나 높다. 이제 외곽 쪽도 너무 올라버려 이사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 인테리어 비용이나 만들어봐야겠다. 요즘 인테리어가 붐인 것도 그런 이유일까. 

아티장 베이커스 서래

 

남편은 거친 빵을 좋아하지만, 난 반대다. 크라상이나 브리오슈를 좋아한다. 여긴 치아바타가 맛있다는데, 끼니가 아니니 뭔가 달달한 걸로 충전해야 할 기분이었다. 그래서 각자 고른 것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시나몬 롤, 그리고 무화과 사워 도우. 달달한 시나몬 롤은 다른 곳처럼 빵이 아니라 파이나 패스츄리 식감이었다. 칼로 자르기는 어렵고, 돌돌 감아 먹어야 한다. 무화과 사워 도우는 안에 무화과가 잔뜩. 무화과 맛을 빼면 신 맛이 그다지 느껴지지는 않았다. 요즘 뼈 건강에 신경 쓰는 중이라 디카페인 커피가 구비되지 않은 점이 좀 아쉬웠다. 

커피 & 브레드

 

가게 내부 대신 외부 사진 한 장. 우리는 진짜 빵을 만든다. 진짜 빵이 무엇일까. 먹을 것 갖고 장난치지 않았다는 뜻일까. 

 

아티장 베이커스 서래점

  •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서래로 35
  • 전화 : +8225337259
  • 영업시간 : 아침 9시 ~ 밤 9시 / 테이크아웃 가능, 배달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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