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봄기운

점심 먹고 잠시 걷는데, 어딘지 느낌이 다르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공기. 포근하다. 겨우내 잠겨있던 웃옷 자락이 열리고, 마음도 열리는 것만 같다.

 

꽁꽁 얼어붙어 단단했던 흙도 포실포실 보드랍고 촉촉해졌다. 여기저기 그런 흙을 뚫고 나온 초록 잎들이 눈에 띈다. 

여기저기 초록빛이!

 

허리를 구부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본다. 반갑다. 아직 일교차가 큰 날씨. 밤이면 고생이겠지만, 낮에 뜨는 해를 바라며 그 시간을 견디겠지. 좀 더 따뜻할 때 나오는 아이들은 편할 텐데, 일찍 눈 뜬 이 연둣빛 잎들은 고생이 많다.

 

앞으로도 한 달은 추워질 날도 많을 텐데. 부디 견디고 따뜻한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을 누리길.  

반갑다!

 

옛날 도서관으로 쓰이던 건물은 아직도 겨울이다. 북쪽이라 늘 응달진 벽에는 봄이 늦게 온다. 메말라 죽어 보이는 저 줄기도 죽은 것이 아니다. 빨판 같은 발로 벽을 꽉 붙잡고 있는 것이 살아있는 증거다. 저 줄기에도 곧 맥박 치듯 생명의 기운이 솟구쳐 돌아 무성한 잎을 토하듯 뿜어내겠지. 말없이 한창 준비 중일 담쟁이덩굴. 

죽은 것 같으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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