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 2

부산여행 첫날 저녁은 야외에서 즐기는 해산물 코스요리. 전부터 포장마차에서 한다는 랍스터 코스가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내려온 김에 경험해보기로 했다. 

 

해운대 바닷가로 내려오면 동쪽으로 포장마차촌이 형성되어 있다. 문제는 비슷비슷 규격화된 가게 중 어떤 집으로 들어갈까 하는 것. 인터넷을 뒤적여봤다. 어떤 집은 카드는 절대 안 받는다, 어떤 집은 과하게 주문을 유도한다.. 등등의 평이 보였다. 그런 집들을 거르고 사람 많거나 너무 없는 집도 골라 한 곳으로 들어갔다. 기존에 있던 옆 손님도 부모와 딸로 보여 부담 없고 좋았다. 술을 즐기지 않는 우리로선 옆에 왁자지껄한 술꾼들은 부담스러우니까.

어항마다 비슷한듯 다른 채널 포장마차 수조

 

우리 일행은 둘뿐이지만 15만 원짜리 랍스터 코스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크고 작은 수조에는 종류별로 싱싱한 해물이 담겨있었는데, 마치 각각 다른 채널을 보는듯했다. 전복의 기어오르기, 새우의 수중 쇼, 바닷가재의 격투기....

 

사장님이 들고 사진 찍으라고 오늘 우리가 먹을 가재를 가져오셨다. 하지만 녀석의 용맹스러운 모습에 받아 들지는 않고 그대로 계시라 하고 사진만 찍고 부엌으로 돌려보냈다. 도자기 같은 질감과 색감이 아름답다.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다. 이건. 

오늘의 메인 이벤트, 청코너~ 해운대의 무적 랍스타~~

 

첫 번째 코스는 전채요리. 복숭아, 오이, 토마토가 하얀 플라스틱 접시에 담겨 나왔다. 

과일과 채소 - 전채요리

 

신선한 과일과 채소로 입맛을 돋우고 있으면 그다음은 산낙지다. 꼬물꼬물 움직여 접시 밖으로 기어 나온다. 다 도망가기 전에 얼른얼른 해치워야 한다. 하지만 막상 내 친구는 산낙지를 못 먹는다고 해서 전투에 임한 것은 나 혼자. 그 저녁이 끝나도록 다 먹지 못했다. ㅜㅜ

꼬물꼬물 산낙지

 

세 번째 코스는 전복. 꼬들꼬들 식감이 일품이다. 낙지에 전복이라니 힘이 불끈불끈 배터리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부산 살면서 해산물을 잘 못 먹는 친구 덕에 저 전복 내장도 내 차지. 

오독오독 전복

 

네 번째는 해삼과 개불. 개불은 살아있을 때는 마치 춤추는 고무장갑 같아 보이지만, 썰어 놓고 먹어보면 고무 맛은 하나도 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비린 맛도 없어 생김새만 보여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해산물 초심자가 먹기 적당한 맛이다. 내 친구는 개불도 패스. 전복과 해삼만 오독오독 씹어댔다. 

생각보다 무난한 맛 개불과 해삼

 

다섯 번째는 바닷가재 꼬리! 아까 그 용맹스럽던 바닷가재다. 맛은 달고 쫀득하다. 비린 맛은 1도 없다. 

바닷가재 꼬리

 

여섯 번째는 새우와 돌문어. 이건 뭐 다 아는 맛.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돌문어 껍질에 소주도 담아 마시더구먼, 우리는 그저 부지런히 살만 파먹을 뿐. 음료수도 마시지 않았다. 왜? 배불러서 다 못 먹을까 봐. ㅎㅎ

새우와 돌문어

 

일곱 번째는 바닷가재 찜. 사장님께서는 내장에 살을 콕콕 찍어 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내장에도 찍고 초장에도 찍고 간장에도 찍고... 사실 그냥 먹어도 맛있다.

 

그런데, 살이 어쩜 이렇게 많은지. 아까 회로도 먹었는데, 찜을 해도 먹을 게 이렇게 많다니. 내가 소식좌였나? 다음에 우리 집 네 식구가 와서 먹어도 양이 맞을 것 같다. 

바닷가재 찜

 

마지막 여덟번째는 랍스터 라면. 가리비, 백합, 홍합, 콩나물, 바닷가재 남은 부위에 아까 먹다 남은 산낙지 까지 넣고 끓여온 라면이다. 라면을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 이미 너무 배가 부른 상태여서 그다지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물을 좀 더 적게 하고 면이 좀 더 덜 퍼지게 꼬들거리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이걸로 랍스터 코스 요리는 끝!

랍스타 라면

 

배불리 먹고 해운대 바다를 걸었다. 술은 냄새도 맡지 않았는데, 파도와 달빛에 취했는지 아님 친구와 걷는 그 밤에 취했는지 기분이 좋았다. 이날은 8월 8일. 서울엔 그렇게 비가 많이 온다는데 그것도 몰랐다. 그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해운대 이끝에서 저 끝까지 걸을 뿐.

해운대 산책

 

호텔로 돌아오는 길. 올리브영에 들러 배스 밤을 하나 사다 욕조에 띄우고 몸을 푹 담갔다. 그렇게 뜨거운 물에 몸을 지지고 꿀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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