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 한강공원 걷기
며칠 전. 아직 날이 따뜻했던 오후. 큰애와 함께 이촌 한강공원을 걸었다.
이촌역에서 나와 길을 건너 세븐일레븐에서 물을 한 통 사 가지고 한강 공원으로 내려갔다. 강 쪽으로 나오자 막 지려고 하는 해가 수면에 비치고 있었다. 며칠 지났다고 지난번 불광천에서 한강을 걸었을 때보다 해가 더 빨리 기우는 것 같았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것처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게 이글거리는 태양이 눈부셨다. 사진으로 보기엔 어두워 보이지만. 그땐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이젠 많이 휑해진 미루나무 가지 사이, 뜨거운 덩이가 불타고 있었다. 아이폰 14로는 차마 다 담기지 않는 멋짐!
월드컵 공원쪽보다 이쪽 이촌 지구가 더 인적이 드물고 한적했다. 다들 저녁 준비하러 집에 들어갔는지 쓸쓸하기까지 했다. 좀 더 시골 느낌이 들기도 했다. 굽이굽이 아기자기하게 꾸민 길이 아니라 곧게 뻗어나간 길이어서 그랬을까?
그렇게 걷다 보니 멀리 보이던 동작대교 아래까지 왔다. 다리 바로 아래에 벤치 두 개가 놓여 있는데, 오래 앉아있을 순 없었다. 수시로 드나드는 전철 소리며 진동이 정말 굉장했기 때문이었다. 금방 뭐라도 떨어질 것만 같았다. 멀리서 볼 땐 창문마다 온통 노을빛으로 물든 채 소리 없이 지나가더니. 그 울림이란.... ㅎㅎㅎ 다리 위에서 본 전철은 정말 길었다. 역 플랫폼에서 볼 땐 몰랐는데. 역은 전철보다 길 테니, 얼마나 더 큰 걸까 싶을 정도.
또 한참을 걷다보니 건녀편 아파트 단지 바로 위로 해가 지고 있었다. 또 걷다 보니 동쪽 하늘 위로 달이 뜨고...
서빙고 쪽까지 걸었더니 멀리 반포대교가 보였다. 여기까지 걷고는 날파리가 너무 많아 윗길로 올라갔다. 해가 덜 드는 물가 쪽은 아무래도 습해서 벌레가 많다.
윗길로 걷다보면 다시 아랫길과 만난다. 그렇게 걸어 잠수교 아래를 걸었다. 강을 건너 버스를 탈까 하다가 마침 퇴근시간이라 샛길로 올라가 버스를 탔다. 한강공원에서 강을 등지고 반포대교 아래를 걷다 보면 왼쪽으로 작은 계단이 나오는데, 그리로 올라가면 된다. 으슥해서 여기가 맞나 싶은데, 맞다. 큰애랑 함께 있으니 걸었지, 혼자였으면 사실 이런데 오지도 않았다. 군자는 대로행이란 말이지. 외국인들은 우리나라가 안전하다고 감탄하지만, 안전한 데로 다니는 게 좋다.
계단을 올라오자마자 왼쪽으로 꺾으면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그렇게 꺾기 직전 만나게 되는 철길과 건널목. 사진으로 보면 환하지만, 실제로는 어둑어둑. 이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차를 탔으면 정말 사람들 많아 괴로웠을 텐데, 여기서 타서 갈아타야 하긴 했지만, 여유 있게 앉아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지도 앱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