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크 키친핏 4 도어 - 새로 장만한 냉장고
지난 금요일. 갑자기 냉장고가 죽어버렸다. 전날부터 막내가 ‘엄마, 냉장고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하더니, 금요일 아침엔 급기야 냉장실이 돌아가셨다.
밖의 온도와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 온도계를 넣어 보았더니 17도. 실내 온도와 5~6도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빈사상태라고나 할까. 아주 죽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생생하지도 않다.
이사 가면 바꿔야지 하고 봐둔 것들이 몇 가지 있지만,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선 별 도움이 안 된다. 비슷한 성능과 가격대, 그중에서도 가장 빨리 설치되는 걸로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가장 빨리 배송설치되는 것 중에서 가격과 성능, 크기, 외관을 보는 것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삼성전자 비스포크 4 도어 615L RF60DB9KF2H6. 색상은 새틴 화이트와 새틴 베이지 컬러 조합으로 했다.
삼성 비스포크 vs. 엘지 오브제
바로 몇 달 전 동생이 이사하면서 냉장고를 엘지 디오스 오브제 컬렉션 빌트인 4 도어로 바꿨다. 동생 추천으로 링크를 받아 봤는데, 2년 전 모델인 데다 금요일 기준으로 약 25만 원이 비싸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1주일은 더 있어야 설치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내일모레 월요일 가능한데 25만 원 정도 저렴한 24년 출시 모델이 있어 그것으로 하기로 했다.
화이트 vs. 화이트+베이지
그런데 삼성 비스포크는 문 4짝의 색상을 모두 각각 골라야 한다. 그리고 그 색깔 때문에 가격이 다 차이 난다. 옴마야….
예를 들어 위아래를 새틴 화이트로 맞추면 새틴 화이트 상의+새틴 베이지 하의 조합보다 30만 원 정도 비싸지는 거다. 이렇게 위아래가 따로 노는 가전은 또 처음이라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도 너무 튀는 색은 아닌 것 같고, 다른 분들이 올려놓은 걸 봐도 비교적 점잖아 보여 화이트와 베이지 조합으로 결정했다. 물론 여기엔 가격도 한몫했다. 아마 화이트+화이트가 저렴한 쪽이었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걸 선택했을 거다.
610L vs. 875L
사실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크기였다. 어쩌면 빌트인이냐 프리스탠딩이냐, 1등급이냐 2등급이냐 하는 고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거의 20년 동안 사용한 냉장고 크기는 674L. 이것도 헐렁하게 사용해 온 나로서는 사실 800리터가 넘는 냉장고는 너무 크지 않나 싶었다. 딸넴 말로는 냉장고는 거거익선(얘가 이런 말을 어디서 들었을까 싶긴 하지만)이라지만, 우리 집에 그걸 놨다가는 집에 웬 탱크가 하나 들어와 있는 느낌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무래도 좀 줄어들긴 하지만 빌트인 되는 냉장고로 하기로 했다. 키도 작고 팔도 짧은 나로서는 높고 깊숙해 봤자 별 쓸모 없을 것 같기도 했고.
1등급이냐 2등급이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는데, 여기 연연할 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뚱뚱이 냉장고가 1등급이긴 해도 월 소모전력이 43kWH/월인 반면 키친핏은 2등급이어도 월 39.0kWh밖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효율이 좋아도 체급차이가 있으니 실제 소모전력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실제 설치 모습
새로 산 비스포크 키친핏 냉장고 크기는 9121,853697mm다. 이렇게 적어봐야 감도 잘 오지 않는다. 기존에 썼던 것과 비교해 보면 키는 좀 더 크고 폭은 별 차이 없는데, 깊이는 문짝정도 만큼 줄어드나 보다 하는 정도. 냉장고 위에 싱크대 상부장이 작게 설치되어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것 같다 생각하며 주문했다.
목요일 고장 나고 그날 주문했으면 금요일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필 금요일 오후에 맛이 가는 바람에 주말을 넘기고 월요일 받게 되었다. 주말인데도 월요일 아침 9시 반에서 10시 사이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설치기사님 연락을 받았다. 안심이 되는 한편, 주말에도 편히 쉬지는 못하는구나… 하는 안쓰러운 마음 역시 들기도 했다.
오늘 아침. 냉장고를 비우고 정리하고 기다리고 있자니, 10분 후 도착하겠다는 연락이 오고 잠시 후 도착. 먼저 기존 폐가전부터 수거한 다음, 1층에서 박스를 풀고 내용물만 올라왔다. 우리는 그동안 바닥에 있던 묵은 먼지를 청소했다. 먼저 쓰던 냉장고가 나가고 난 자리는 생각보다 깨끗해 나도 놀랐다. 그런데 싱크대 옆이라 설거지하면서 튄 물기가 내려가 먼지와 결합한 것이 싱크대 옆에 쌓여 있었다. 잘 떨어지지 않는 그런 것들은 헤라로 쓱쓱 밀어 청소기로 빨아들인 다음 물휴지로 닦아냈다.
설치기사 두 분이 손발이 척척 맞았다. 수평도 잘 맞춰 설치도 잘 하고, 냉장고 안팎도 깨끗이 정리한 다음 사용하면서 주의할 사항이라든지 스마트 싱즈 설치, 기기 추가 요령도 잘 전달받았다.
- 1시간 정도 있다 음식물 넣고 사용할 것
- 24시간 정도는 온도를 맞추기 위해 소음이 있을 수 있음
- 2~3일간 냉동실 살얼음이 낄 수 있으나 정상 작동될 것임
설치해보니, 예상대로 문짝 두께만큼 자리를 덜 차지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오… 납작. 하지만 그만큼 덜 들어가겠지.
사용 후기
새 거긴 하지만, 아무래도 공장에서 나온 제품이니 우리 집에 온 기념으로 소독용 알코올 쓱쓱 뿌려 마른걸레로 닦아줬다. 냉장고장 없이도 빌트인 된 것처럼 딱 자로 잰 듯 맞는다. 게다가 프리스탠딩처럼 단정하다. 1시간 반 정도 지난 다음 음식물을 넣어봤다. 60리터 정도 줄어들었으니, 아무리 내가 냉장고를 헐렁하게 써왔다 해도 좀 모자랄 것 같았다.
역시 좀 작긴 하다. 냉장실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채소 넣는 서랍이 좀 작다. 하지만 냉동실은 역시다. 특히 냉동실 문짝에 선반이 없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이 다 본체 안으로 들어와야 하니… 게다가 서랍은 정말 작다. 엄청 작다. 냉동식품을 잘 안 먹는 내게도 정말 작게 느껴진다. 아래 두 칸을 전부 냉동실로 설정했는데도 좁다 싶다.
이렇게 되면 공간이 허락되는 집이라면 비스포크 김치 냉장고를 따로 살까 하는 생각이 들텐데, 그걸 노렸다면 성공적인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치냉장고에 김치며 곡식, 기타 등등을 넣으면 되고, 요즘처럼 다용도실 터서 부엌을 넓히는 추세라면 더욱 그 필요성이 커질 테니 말이다.
나처럼 위는 냉장, 아래는 냉동으로 쓰면 양문을 활짝 열고 쓰게 되는데, 어떤 기준으로 좌우를 나눠 정리할지(가능한 한쪽 문만 열어야지 전기요금도 절약되겠지!)는 좀 더 사용하면서 정해질 것 같다. 더 써보고 난 2차 후기는 또 다음 글로 올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