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34 도산공원 도산공원바람이 몹시 불던 날. 하지만 아직 추워지기 전. 11월의 어느 날. 도산공원을 걸었다. 근처에 살면서도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는데, 멀리 이사간 다음에서야 가봤다. 집 앞엔 잘 안 가게 되는 거. 다들 그렇지 않나? 난 사실 아직도 남산 타워에 한 번도 올라가 본 적 없고, 한강 유람선도 타보지 못했다. 엄마가 그러셨지. 서울 촌년이라고. ㅎㅎㅎ 익숙한, 하지만 많이 변해버리긴 한 골목길을 걷다보니 도산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공원에 도착한 역사적인 순간이니, 입구부터 사진 한 방 찍고 시작하자. 왠지 모르게 윤봉길 의사를 모신 상하이 홍구공원이 생각나는 분위기다. 도산공원. 이름 그대로 도산 안창호 선생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이다. 배치도를 보니 기념관과 묘소가 있다. .. 2024. 12. 3. 11월의 불광천-한강 산책 11월의 불광천-한강 산책지난 주말 오후. 큰애와 함께 불광천-한강을 걷다 왔다. 원래는 반포대교 쪽으로 가려했는데, 버스를 타려고 하니 시위 때문에 시내 쪽으로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불광천으로 향했다. 성산아파트에서 내려 불광천을 따라 걸었다. 눈앞을 찔러오는 햇빛에 눈이 부셨다. 모자를 쓰지 않았다면 정말 걷기 힘들뻔했다.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 천변으로 내려가 한강과 만나는 지점까지 걸었다. 좁은 천변을 걷다 갑자기 시야가 툭 터지면서 넓은 강변이 눈앞에 드러났다. 천변과 강변은 물냄새가 다르다. 강물 냄새가 좀 더 진하다. 이곳은 홍제천과 불광천, 그리고 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개천이 모여 모여 강물이 되고, 강물은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 가끔 오는 나로서는.. 2024. 11. 13. 홍대 산책 - ECF 팝업스토어 - 무료음료쿠폰 홍대 산책 - ECF 팝업스토어 - 무료음료쿠폰점심 먹고 살짝 졸린 오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을 나섰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본 정보인데, 배불배불 점심 먹고 식곤증이 나타날 때, 소르르 잠이 드는 바로 그때가 뱃살이 마구 쪄버리는 바로 그때란다. 복부 지방이 쌓이는 것이 피크를 찍는달까. 그 뒤로는 겁이 나서 졸지도 못하겠다. ㅜㅜ 홍대 전철역에서 올라와 걷고 있는데, 누군가 명함만한 전단을 건넨다. FREE DRINK, 무료 음료 쿠폰이다.뒷장을 보니 애플 스토어 9층 팝업매장이란다. 졸다 나온 나로서는 9층에 애플 팝업 스토어가 있는줄 알았다. 그래서 '1층도 애플 매장인데, 9층에 또 무슨 뜬금없는 팝업 스토어?'하고 올라갔다. 애플에서 무료 음료쿠폰을 뿌려가면서 홍보할 게 뭘까 싶기.. 2024. 11. 12. 강릉 강문동 꾸옥, 임당동 소품 거리 강릉 강문동 꾸옥, 임당동 소품 거리강릉 해변에서 나와 시내로 들어갔다. 이른 저녁을 먹기 전, 카페에 들러 쉬기도 하고 귀여운 소품들이 가득한 가게들도 돌아다녔다. 강문동 꾸옥강문동에 있는 카페 꾸옥은 초당 옥수수로 만든 디저트로 유명하다. 입구에 놓인 문살에는 ‘OPEN’이라 적혀있었는데, 그 위에 있는 캐릭터는 아무래도 옥수수 알갱이 같았다. 넓지 않은 실내였지만, 손님들로 가득했는데, 문살을 재활용해 만든 테이블이며 고가구들이 놓여있어 독특한 앤틱 분위기가 있었다. 우리는 아이스 옥수수 밀크와 푸딩을 주문했다. 언뜻 옥수수 크림 라떼와 옥수수 밀크가 비슷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메뉴다. 옥수수 크림 라떼는 에스프레소에 달달한 옥수수 크림을 더한 커피이고, 옥수수 밀크는 커피가 들어있지 않은 음.. 2024. 9. 16. 비둘기 크로키 / 덕수궁에서 비둘기 크로키 점심을 빨리 먹고 덕수궁을 걸었다. 벤치에 앉아 오늘은 뭘 그려볼까 하다 가까이서 놀고 있는 비둘기들을 그리기로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선 몇 개 그리지도 않았는데 모두 날아가 버리지 않는가! 초상권이라도 주장하는 걸까. 돈덕전 덕수궁 석조전 뒤 못 보던 건물이 들어서고 있었다. 알고 보니 돈덕전을 복원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돈덕전은 원래 겉을 벽돌로 치장한 석조건물이었으나, 복원은 철골조로 올리고 있었다. 외부모습 밖에 알려진 것이 없고 나중에 내부 설계도가 발견될 때를 대비한 것이라고 한다. 관련기사순종황제 즉위식 올렸던 돈덕전 100년 만에 복원 (소년한국일보) 함께 읽으면 좋은 글2021.06.10 덕수궁 아침 산책 시청 앞 만족 오향족발 + 덕수궁 산책 카페 헤이다 정동 .. 2023. 5. 3. 남산 산책 + 남산한식집 오징어덮밥 남산 산책 + 남산한식집 오징어덮밥 며칠 전. 흐리고 바람 불던 날. 남산을 걸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앞 라틴 아메리카 공원에서 구름다리를 건너 남산공원으로 들어섰다. 지난주 마치 초여름 같던 봄날은 환상이었던 것처럼 음산하고 매몰찬 바람이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었다. 남쪽 아래 광양에는 매화가 한창인데, 서울 남산은 봄이 오려면 멀었는지. 남산 산책 그래도 봄은 오려나보다. 걷다보니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용감한 매화 몇 송이가 얼굴을 내민 것이 보였다. 동료들은 아직 둥근 꽃망울 속에 웅크리고 있는데. 넌 춥지도 않았니? 바람이 무섭지도 않았니? 남산 순환도로를 타고 등하교, 출퇴근을 하다 보니 차 안에 앉아서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봄이면 갖가지 꽃과 연둣빛 잎새로 시작해 여름이면 녹빛으.. 2023. 3. 16. 동네에서 만난 고양이 동네에서 만난 고양이 길을 걷다 고양이를 만났다. 두세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겨울을 맞아 빵빵하게 털찐 모습이었다. 함부로 찍지 말라는 듯 노려보는 눈초리가 귀엽다. 이제 곧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갈 텐데. 저 솜뭉치 같은 발은 시리지 않을까. 같은 길고양이라도 이렇게 팔자 좋은 고양이도 있는데. 하하하님이 돌보는 길고양이는 자유와 돌봄을 함께 누리니, 집고양이 보다 나은 신세인가. 2021. 12. 13. 단풍 산책 단풍 산책 나무에 가을빛 물이 들기 시작하면 사방이 노랗게 물든다. 노랑이 지고 나면 그다음은 갈색이다. 그리고 그 갈색마저 온데간데 없어지면, 가을은 온통 붉은빛으로 불타기 시작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이틀 동안 치과를 다니느라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마음먹고 그동안 못했던 아침 산책을 실컷 하고 왔다. 어쩐지 공간이 넓어 보이고 늘 오던 동네 뒷산 같지 않다. 가만 생각하니 무성한 잎으로 빽빽했던 사방이 이제 숫을 쳐내 그런가 보다. 숨 쉴 공간이 느껴지고 홀가분해지니 붉은 단풍 아래 하는 산책도 좋다. 2021. 11. 25.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