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6 둥지톳밥 의왕점 수리산 황톳길지난 화요일.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대학 친구 셋이 모여 수리산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다. 지금도 추석 날씨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날 최고기온은 33도였고, 그다음 날은 35도였던 걸 생각하면 정말 막바지 끝물 더위의 절정이었다. 8단지 아파트에서 수리산은 참 접근성이 좋았다. 경사도 완만하고 가는 길에 도서관까지 있었다! 공기도 좋지, 경치도 좋지, 거기에 도서관도 있지. 코와 눈, 마음과 머리가 다 호강하는 곳이었다. 그날 그렇게 뜨거웠는데, 층층이 겹쳐진 나뭇잎새가 볕을 가려주고 바람도 솔솔 불어 그리 더운 줄도 모르고 한 시간을 걸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야 점심을 먹으러 산을 내려갔다. 차를 타고 한 20분을 달렸다. “어딜 가기에 이렇게 차를 타고 한참을 가니?”하는 .. 2024. 9. 14. 강릉 산마루황태촌 순두부 강릉 여행올여름휴가는 다른 해보다 좀 당겼다. 작년 8월에 계획했던 부산 여행을 태풍 카눈이 망쳐버렸던 기억 때문이다. 아무래도 벚꽃 피는 시기가 빨라진 것처럼 태풍이 오는 시기도 빨라지는 것 같다. 7월 25일 목요일. 서울역에서 06시 10분 기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다. 4시간 밖에 자지 못해 가는 동안 잠을 청했지만, 다른 식구들은 쌩쌩. 졸다가 잠이 깨버렸다. 그래도 그 덕에 북한강쯤에선 물안개 자욱한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이건 마치 한 폭의 수묵화. 동영상으로도 담아놓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강릉역. 우리가 아침으로 고른 것은 바로 황태 순두부였다. 요즘엔 짬뽕 순두부가 유명하다고 하지만, 우리 식구들 모두 매운 건 잘 못 먹는 탓에 황태순두부를 .. 2024. 8. 3. 경찰병원역 점심 순천집 전라도 정식 경찰병원역 점심 순천집 전라도 정식 / 가락동에서 볼일을 보고 경찰병원역 근처에서 점심 먹을 곳을 찾았다. 이 근처에는 매주 오지만, 밥 먹을 데가 마땅치 않다. 가격 대비 맛있는 집이 없다. 아니, 그저 내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맞겠지. 언젠가 순대국 맛있다는 집에 동생들을 데리고 갔다가 망신만 당한 뒤로는 인터넷 후기 글은 믿지 않기로 했다. 그러다 점심을 안 먹을 수는 없어 한 번만 더 속는 셈 치고 경찰병원역 점심으로 검색해 갔던 곳이 바로 순천집이다. 경찰병원역 점심 순천집 전라도 정식인터넷을 뒤져보니, 제법 오래된 집으로 단골도 많아 보였다. 근처에서 혼밥하러 오는 분들도 많은 걸 보니 가격도 맛도 늘 먹을만한 합리적인 곳이겠구나 싶었다. 위치는 경찰병원에서 길을 건너 쭉 내려가면 나오는 .. 2024. 5. 2. 남산 산책 + 남산한식집 오징어덮밥 남산 산책 + 남산한식집 오징어덮밥 며칠 전. 흐리고 바람 불던 날. 남산을 걸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 앞 라틴 아메리카 공원에서 구름다리를 건너 남산공원으로 들어섰다. 지난주 마치 초여름 같던 봄날은 환상이었던 것처럼 음산하고 매몰찬 바람이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었다. 남쪽 아래 광양에는 매화가 한창인데, 서울 남산은 봄이 오려면 멀었는지. 남산 산책 그래도 봄은 오려나보다. 걷다보니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용감한 매화 몇 송이가 얼굴을 내민 것이 보였다. 동료들은 아직 둥근 꽃망울 속에 웅크리고 있는데. 넌 춥지도 않았니? 바람이 무섭지도 않았니? 남산 순환도로를 타고 등하교, 출퇴근을 하다 보니 차 안에 앉아서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봄이면 갖가지 꽃과 연둣빛 잎새로 시작해 여름이면 녹빛으.. 2023. 3. 16. 피양옥 여의도 주말 점심 피양옥 여의도 주말 점심 / 최고기온 21도를 찍은 토요일 오후. 여의도에서 볼일을 마치고 점심 먹을 장소를 찾았다. 포메인 쌀국수를 먹을까 열빈에서 짬뽕을 먹을까 고민하다 결국 들어간 곳은 피양옥이었다. 커다란 창문에 붙어있던 만둣국과 냉면에 끌려들어 갔다. 피양옥 여의도 주말 점심 '피양옥이라니, 평양집이라는 뜻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기한 복층구조를 한 가게였는데, 약간 연식이 있어 보이는 곳이었다. 그래도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제법 있어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사진을 찍기 좀 애매한 구조기도 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끄트머리에 '본 업소의 모든 육수는 국내산 한우를 사용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메밀로 중국산을 쓰는 걸 빼면 다른 것들은 다 국내산을 사용.. 2023. 3. 11. 금성관 나주곰탕 - 북창동 남대문 맛집 금성관 나주곰탕 - 북창동 남대문 맛집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왔다. 금성관은 남대문이나 명동 쪽에 볼일이 있을 때면 찾아가는 맛집. 이제 순대국밥은 저렴하거나 가성비 있는 메뉴에서 빠져야 한다. 보통 순대국밥이 9천 원, 수육국밥이 1만 원이다. 돼지 부속으로 하는 음식이 소고기 곰탕 1만 원에 근접하고 있다. 그에 비해 금성관 나주곰탕은 소고기 수육이 듬뿍 들어가 있는데도 1만 원이니 근처 갈 때 일부러 찾을만하다. 금성관 김치금성관은 김치가 맛있다. 석박지도 맛있다. 촉촉하고 아삭하다. 배추부터 달다. 게다가 수입이 아니라 직접 만든다. 남기면 안 된다. 아깝다. 국밥을 기다리는 동안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자. 먹을 만큼만. 다 먹고 나면 더 먹으면 된다. .. 2022. 11.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