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성곽길 - 장충체육관~버티고개역

다산 성곽길 - 장충체육관~버티고개역

약수동 리사르 커피에서 나와 장충동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곽길 바깥쪽을 걸을까 안쪽 길을 걸을까 망설이다 안쪽 길로 들어섰다. 장충 체육관에서 약수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나오는 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산 성곽길' 안쪽 순성길이었다. 

성곽 안쪽길로 접어드는 길 

원래는 장충 체육관에서 국립극장을 지나 남산골 한옥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지만, 우리는 반얀트리클럽 근처에서 나와 버티고개 역까지 걷기로 했다. 

 

중간중간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길 대부분이 무장애길로 되어있었다. 왼쪽으로는 성곽, 오른쪽으로는 나무 울타리가 보인다. 담장 너머는 지지고 볶고 사는 인간들 세상인데, 이 안쪽 길은 지저분한 것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역사 유적과 자연만 보였다. 바깥 길이 아닌 안쪽 길로 걷기로 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무 울타리 오른편은 신라호텔이다. 호텔 짐에서 운동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골프 연습하는 소리도 가끔 들렸다.

신라 호텔이 없었으면 다른 건물들이 잡다하게 자리잡고 이런 자연은 구경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랐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술 책에서 봐서 눈에 익은 유명 작가의 조형물들이 울타리를 따라 쭉 전시되어 있었다.

이 호텔에 묵는 사람들은 시간 여유만 있으면 아침에 일어나 호텔 정원을 산책하겠지. 이런 공간만으로도 이곳에 묵을 조건이 하나 충족되지 않을까 싶다. 복잡한 시내에 틀어박힌 곳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경사로를 걷는 내내 벚꽃과 개나리의 향연이었다. 

 

 

곳곳에 피어난 목련도 빠질 수 없었다. 

벽돌 건물을 배경으로 두니 백목련이 더욱 돋보였다. 

 

한참을 꽃에 취해 걷다보니, 시골 분위기 물씬 풍기는 들판이 나타났다. 누군가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 부지런히 허리를 구부려 뭔가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돋아난 쑥을 캐고 있었다. 들판 가득 쑥이었다. 

 

이 꽃은 매화일까? 우리 동네에는 벚꽃보다 살구꽃이 먼저 피던데. 별처럼 가득 피어난 이 꽃은 무슨 꽃일까?

 

한참을 또 걷다보니 목련에 벚꽃이 햇살을 가득 받고 있었다. 꽃들은 아무 소리 없건만, 마치 웃으며 노래 부르는 것만 같다. 이게 무슨 일일까?

 

담장 위론 진달래가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유난히 다른 진달래보다 꽃송이가 컸다. 그냥 가기 아쉬워 또 사진을 한 장 찍는다.

 

길을 걷다 또 오르다 뒤를 돌아보았다. 

아, 구불구불 굽이쳐 이어지는 저 길이 바로 이제껏 내가 걸은 길이다. 이 날은 힘들지 않았지만, 종종 산을 오를 때면 드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뒤돌아 보면, 오를 때는 그렇게 험하고 힘들고 무서웠던 그 길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는 거다. 그럴 때면 '아, 인생도 마찬가지구나. 힘들었던 인생길도 뒤돌아보면 또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걷다 보면 '서울 한양도성 순성길'이란 안내판이 나온다. 조금만 더 가면 팔각정이 나온다. 

 

길을 따라 걸으니 또 갈래길이 나온다.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앞으로 뻗은 길을 택했다. 팔각정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 계단을 오르면 팔각정이다. 하지만 막다른 길이다. 오른쪽 흙길을 걸으면 길이 쭉 이어진다. 우리는 팔각정에 잠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오른편 길로 들어갔다. 

 

이어지는 나무길. 무더기진 개나리꽃 위 우편으로 남산 타운 아파트가 보인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느닷없이 길이 끊기고 동네가 나타난다. 

초행인 나로서는 정말 '이게 무슨 일이지' 싶었다. 마치 자다 말고 갑자기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었다. ㅎㅎ

 

동네로 난 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면 큰 길이 나온다. 큰길과 마주치는 곳에 바로 6호선 버티고개 역이 있다. 골목에서 나와 왼쪽으로 돌면서 큰길로 내려서면 1번 출구가 나온다. 나는 미처 보지 못하고 길을 건너 3번 출구로 들어가 전철을 탔다. 높은 곳에 위치한 역인 만큼, 한참 내려가야 탑승장이 나온다. 

6호선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곳은 합정.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갔다. 점심 먹은 이야기는 또 다음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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