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둘레길 산책 + 스위시 초밥 & 우동
10월 초. 아직은 여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날씨. 아침을 먹고 집에서 할 일을 모두 마친 다음, 우리는 산책을 나섰다. 좀 멀리 나가 걷기로 한 곳은 남산. 작년 봄에 가고 이번에 처음 가니 일 년 하고도 반이란 시간이 흐른 셈이다.
서울역 서쪽, 옛날 서울역 고가도로였던 서울로 7017을 걸었다. 퇴계로와 소월로가 마주치는 곳에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이걸 타고 올라가면 남산으로 바로 올라가는 육교를 건널 수 있다. 그렇게 얼마 걷지 않아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도서관과 하이얏트 호텔이 나오는 남쪽길이고, 왼쪽으로 가면 케이블카, 필동 쪽으로 가는 북쪽 길이다. 아직 볕이 뜨거웠기 때문에 우리는 뜨거운 남쪽 길을 피해 북쪽 길을 택했다.
걷다 보면 보이는 목멱산방. 미슐랭 맛집으로 이름난 비빔밥집이다. 그 아래는 화장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일행을 기다리느라 잠시 서 있는데, 하늘은 어쩜 이렇게 맑고 깨끗한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점점 높아지는 게 날은 뜨거워도 이제 정말 가을이구나 싶었다.
길을 걷다 갈래길에서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대로 계속 가면 석호정이라는 국궁장이 나온다. 얼마더라? 한 2천 원을 내면 두 시간 동안 활을 쏠 수 있다. 활터도 화장실도 모두 깨끗하게 잘 관리된 곳이다. 하지만 우리는 국립극장 앞에서 순환버스를 탈 예정이기 때문에 그리로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
길 양쪽에 심긴 나무들이 구름다리처럼 아치를 이룬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반짝거리며 스며드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이 길 이름은 벚꽃길. 봄에는 만개한 벚꽃으로, 또 시간이 흐르면 흩날리는 벚꽃으로 장관이다.
이렇게 잎새로 비치는 햇볕을 일본에서는 ‘고모레비(木漏れ日)라고 한단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주인공은 이 고모레비를 통해 ‘태양으로부터 1억 5000만㎞를 여행해 자신에게 닿은 이 빛이 ‘당신은 단 하나뿐인 존재’라고 속삭여주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오늘은 퇴근해서 퍼펙트 데이즈나 한 번 찾아볼까?
찻길을 사이에 두고 국립극장과 반얀트리 호텔이 마주 보고 있다. 길을 건널 필요 없이 국립극장-반얀트리 호텔 정류장(02210)에서 01B번 순환버스를 타면 이번엔 남쪽 길을 도는 코스로 드라이브를 하게 된다. 남산을 반쪽만 걷고도 둘레길을 다 돌아볼 수 있는 셈이다.
버스를 타고 달리는 길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기분 좋아 동영상으로 찍어보았다.
남산 순환버스 노선
참고로 남산 순환버스 노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01B
남산 예장버스 환승주차장 - 충무로역 2번 출구/대한극장 앞 - 동대입구역/장충동 - 국립극장/반얀트리호텔 - 남산 서울타워 - 남산도서관 - 남산 케이블카/남산산책로입구 - 남산 예장버스 환승 주차장
01A
남산 예장버스 환승주차장 - 퇴계로 3가/한옥마을/한국의 집 - 충무로역 2번 출구/대한극장 앞 - 퇴계로 5가 - 장충문화체육센터/권기옥 활동터 - 동대입구역/장충동 - 국립극장/반얀트리 호텔 - 남산 북측 순환로 입구 - 남산 서울타워 - 남산도서관 - 백범광장 - 힐튼호텔 - 남대문시장 액세서리 전문상가 - 시청 앞 - 서울신문사 - KT 광화문지사 - 국립고궁박물관 - 청와대 -춘추문 - 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 - 안국역 6번 출구/인사동 - 남인사마당 - 종로 2가/삼일교 - 남대문세무서 -남산 예장버스 환승주차장
스위시 남산 스퀘어 초밥 & 우동
원래 계획은 광장시장 모녀김밥에 가서 손가락처럼 귀여운 마약김밥과 녹두전을 먹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시장해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찾은 곳은 스위시 남산스퀘어점. 이른바 ‘인쇄소 골목’에 있는 곳인데, 정말 특이한 곳이었다.
일단 가장 신기했던 것은 운영체제. 그다음은 없는 게 없다는 것과 급식? 매점 같은 분위기였다. 정말 없는 것 없다 싶다. 과자, 컵라면, 샐러드, 샌드위치, 롤, 초밥에 각종 음료수는 물론, 맥주까지 있다. 눈치를 보아하니… 카페는 직원이 출근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영하고, 도시락이나 기타 사람 손길이 직접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24시간 판매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초밥하고 우동을 먹었다. 도시락으로 제공되는 초밥 치고 신선하고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다. 우동도 수준급. 맛도 있는 데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최고였다. 바쁠 때 후다닥 먹고 가거나 테이크 아웃해 가기 딱 좋아 보였다. 둘러보니, 여럿이 온 사람들도 많았고, 혼밥 하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야근하다 훌쩍 먹고 가기도 좋아 보였다. 옛날 회사 다닐 때 야식 먹던 생각이 났다. 시켜 먹던 메뉴는 늘 한 가지 설렁탕이었다. 메뉴 좀 바꾸자고 했더니, 좋은 생각이란다. 그러더니 기껏 바꿨다는 게 갈비탕. ㅜㅜ 그때 이런 데가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야근이 좀 더 할 만해 지지 않았을까? ㅎㅎ 그래도 역시 야근은 싫어.
- 위치 ; 서울 중구 퇴계로 173 1층 (우) 04554
- 영업시간
- 월요일 08:00~24:00
- 화~목 24시간
- 금요일 00:00~20:00
- 토, 일 ; 휴무
홍밀밀 팥빙수
초밥을 먹고 나선 명동을 좀 걷다 명동 성당 지하에 있는 홍밀밀에서 팥빙수를 먹었다.
몇 년 전 여의도점에서도 먹은 적 있는 이 집 팥빙수는 독특한 점이 있다. 일단 맛은 기본이고, 우리나라 사람 특유의 감탄사가 나오게 한다. 뭐냐고? ‘달지 않고 맛있다’. 단 걸 먹으면서 달지 않아 맛있다니. 웃기지만 누구나 다 아는 그 감탄사.
둘째는 시루떡처럼 켜켜이 팥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다른 데는 맨 위에만 팥이 있고 밑에는 우유든 얼음이든 모두 빙수인데 말이다. 그래서 위에 있던 팥이 없어지는 걸 걱정하지 않고 씩씩하게 다 먹을 수 있다.
앉아있다 보니 다리가 뻐근해지는 게 느껴졌다. 걸을 땐 전혀 몰랐는데. 그렇게 팥빙수를 먹으며 잠시 피곤함을 달랜 뒤 집으로~~
- 위치 ; 서울 중구 명동길 74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신관 지하 1층 B105호
- 전화 : 070-4158-9811
- 영업시간 ; 연중무휴 매일 10:00~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