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27 길 위의 사람들 그리기 길 위의 사람들 그리기 2층에서 내려다본 길. 길거리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쉬고 있는 두 사람이 보기 좋았다. 수첩에 만년필, 동아 트윈라이너로 그렸다. 모녀일까? 스마트폰 지도를 보면서 다음 행선지는 어떻게 가야 할까 의논하고 있는 걸까? 바리바리 사들인 비닐 백은 옆에 두고 뭘 먹으며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너무 친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모습이 무척 편안해 보였다. 지난번 덕수궁의 비둘기처럼 포로로 날아가버릴까 걱정하다 한참을 앉아 있길래 그리기 시작했다. ㅎㅎ 한 달 전만 해도 하얀 벚꽃으로 뒤덮였던 길이, 이제는 녹음이 우거진 길이 되었다. 잎새로 비치는 햇빛이 눈부시고, 때로 뜨겁기까지 하다. 곧 여름 옷을 입어야 하겠지. 비둘기 크로키 / 덕수궁에서 비둘기 크로키 점심을 빨리 먹고.. 2023. 5. 11. 내 손 그리기 내 손 그리기 수첩에 라미 사파리 만년필로 그렸다 저녁 먹고 큰애와 슬렁슬렁 찾은 카페. 둘이 마주 앉아 하나는 공부 계획을 짜고 하나는 수첩에 끄적끄적 그림을 그렸다. 오늘은 별달리 그릴 게 없었다. 그래서 그린 것이 내 손. 그러다 보니 늘 왼손만 그리게 된다. ㅎㅎ 손만 그리기 심심해 접시를 그려줬다. 그래도 허전해 구겨진 휴지도 한 장 그려주고, 아직 뜯지 않은 빨대도 그려줬다. 마지막으로 접시 위에 그린 것은 큰애가 건져놓은 녹차팩. 그리기를 마치고서야 라떼를 쭉 빨아들였다. 얼음이 녹아 밍밍해졌다. 아니, 어쩌면 디카페인에 무지방 우유라 더 맹숭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2023. 5. 7. 카페 천상가옥에서 본 풍경 드로잉 카페 천상가옥에서 본 풍경 드로잉 어제는 지난번에 갔던 천상가옥에 다시 한번 가게 되었다. 월요일의 성수동엔 주말 동안 열심히 일하고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다. 이곳은 문을 열어놓아 다행이었다. 이번엔 실내에 앉아 통창으로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을 그려보았다. 17x9 수첩에 라미 사파리 만년필, 모나미 에센티 하이라이터, 파버 카스텔 아티스트 펜으로 그렸다. 이런 펜 드로잉(감히 드로잉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다)은 거의 크로키 수준으로 후다닥 그린다. 밑그림 없이 펜으로 슥샥슥샥 한 다음, 여유가 있다 싶으면 회색, 검은색 펜으로 그림자도 넣는다. 풍경을 그릴 때는 하늘색 아티스트 펜으로 하늘도 색칠해 준다. 재빨리 후다닥 그리는 이유는 오래 공들여 그리다간 함께 있는 사람들이 지루해 할 수도 있기 때문이.. 2023. 4. 25. 책상 위 물건들 드로잉 세탁기에 넣은 빨래가 탈수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책상에 있는 물건을 이것저것 그려봤다. 수첩에 라미 사파리 만년필, 모나미 에센티 하이라이터, 아티스트 브러시로 그렸다. 뜬금없는 치간칫솔, 에어팟, 지우개, 그리고 단추. 아티스트 펜이 굵다 보니 나머지 E, R은 그리지 못했다. 흰 물건의 명암은 펜이 아닌 하이라이터로만 히는 편이 부드러워 보일 것 같다. 2023. 4. 21. 도로잉 in 이페메라 도로잉 in 이페메라 성수 LCDC 1층에 있는 카페 이페메라. 이페메라 Ephemera는 ephemeron의 복수형으로 하루살이라는 뜻이다. 그런 덧없음에 빗대 한때 유행했던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럼, 어째서 카페에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Collins Dictionary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뜻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페메라 실내 장식물의 대다수가 한때 사용되었던 우표, 엽서들이다. 크고 작은 액자 안에서 벽을 장식하고 있는 것들을 보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 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Ephemera is things people collect such as old postcards, posters, and bus tickets, which were only intended to la.. 2023. 4. 19. 드로잉 in 천상가옥 드로잉 in 천상가옥 성수동에 나갔다가 성수연방 3층에 있는 천상가옥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캐러멜 뭐라는 달달이를 주문하고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또 끄적끄적. 수첩에 라미 사파리 만년필로 그리다. 한참을 기다려 커피를 받았다. 쭉쭉 빨아들였다. 마치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자동차가 된 기분. 맛은 그럭저럭 soso. 문득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유리 지붕 아래 차일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 얇은 막 하나가 뭐라고. 바깥 좌석보다 훨씬 시원했다. 원래는 실내가 환기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공기도 더워 바깥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날이 개이고 해가 구름 사이로 나오자 점점 더워졌다. 슬슬 에어컨이 작동되는데, 그래도 좀 더운 편이었다. 남편이 안에서 불러 들어갔는데 웬.. 2023. 4. 15. 연유브레드 펜 드로잉 연유브레드 펜 드로잉 볼일을 모두 마치고 잠시 쉬었다. 누굴 만나는 것도, 오래 앉아있을 것도 아닐 때가 있다. 그럴 땐 동네 빠리 바게뜨로 간다. 그저 잠깐 휴게소에서 주유하는 그런 느낌으로 들리기 좋다. 오늘 간 것도 그런 느낌. 빵을 먼저 가지고 가서 커피가 나올때 까지 그려야지 하고 시작했는데, 커피가 나오고 난 다음에야 대충 마칠 수 있었다. 빤딱 비닐까지 그리면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생략하고 나머지 부분은 상상도로 마쳤다. 만화처럼 그리려고 했는데, 자꾸 선을 더하게 된다. 지금 보니 2023. 4. 12.라고 했어야 하는데 2022라고 적었다. 아직도 나는 과거에 사는 사람인가. 정신 차리자. 전에 인스타그램을 막 시작했을 때, 나도 남들처럼 먹기 전에 꼭 사진부터 찍어 올려야지 다짐했었다.. 2023. 4. 12. 몰스킨 까이에 포켓에 그린 그림 몰스킨 까이에 포켓2022년 4월부터 11월까지. 가방에 몰스킨 까이에 공책을 넣어가지고 다녔다.수목원이나 고궁, 박물관을 다니며 여행객처럼 스탬프도 꽝꽝 찍고 다니고, 다리 아파 쉬는 동안엔 연필로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끄적끄적 그리기도 했다. 사진도 찍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그려오면 뭔가 실물로 남는 느낌이 있어 좋다. 덜 휘발된다고 할까.또 한 권을 마쳤다는 느낌도 좋다. 두껍거나 큰 공책은 무겁고 부담스럽다. 잘 가지고 다니지 않게 된다. 전에는 몰스킨 라지 하드커버도 가지고 다녔는데, 그것도 무겁다. 그런데 까이에는 껍데기도 종이고, 더구나 포켓 사이즈는 작아서 부담도 없다.게다가 몇 쪽 되지 않아 금방 끝난다. 몇 장 되지 않는다는 건 비경제적이니 단점 같지만 그렇지 않다. 빨리 끝나니 그만큼.. 2023. 4. 10.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