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이야기573 치매와 본성 치매에 걸리기 싫다. 잠 안오는 낯선 도시 낯선 호텔의 객실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치매에 걸리기 싫다고. 만약 그렇게 되면 음란과 호색, 방탕함, 남 헐뜯기 좋아하고 돈을 사랑하는, 거기다 실은 게으르고 저열하기까지한, 이제까지 감추고 꽁꽁 숨겨왔던 내 밑바닥 본성이 더 이상 감출 수 없이 무방비 상태로 만천하에 낱낱이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드러날 것 같다. 그것이 두렵다. 치매에 걸리면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내게는 고모님이 한 분 계신다. 그런 가설을 바탕으로 할 때 그 분은 정말 고아하고 깨끗한 인격을 가지신게 분명하다. 치매 후에도 효성과 우애가 깊고 다정하고 남을 존중한다.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깍뜻한 존대말로 대한다. 욕설은 치매 걸리기 전에도 후에도 고모 입에서 .. 2013. 8. 26. 경주여행 사진 2 - 석굴암과 불국사 평소에도 그렇지만 여행지에서는 더욱 종달새 스럽게 되는 까닭에 모처럼 야심차게 준비했던 경주야경은 즐기지 못했지만 대신 아침 일찍 석굴암과 불국사를 다녀오는 계획은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보문단지에서 10번 버스를 타고 불국사 주차장 입구에서 내려 길을 건넌 후 불국사와 석굴암을 오가는 12번 버스를 타고 석굴암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는 다시 그 버스를 타고 불국사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때로는 버스끼리 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산책을 하며 주변을 둘러 보자. 이른 시간이라면 아무도 없는 곳에 뚝 떨어진 듯 묘한 느낌도 경험할 수 있고, 6시 반 부터 문을 연다는 근처 식당 아주머니의 정겨운 호객행위도 경험할 수 있다. 불국사 주차장 입구 쪽에 있는 '디지털 관광안내도'도 이용해 보자.. 2013. 8. 17. 경주여행 사진 1 - 안압지, 대릉원, 천마총, 월성 7월 31일 부터 8월 3일 까지 3박4일 동안 경주 여행을 하고 왔다. 다음은 미처 올리지 못한 사진들. 여행기 쓰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올리게 되었다. 안압지 안압지는 원래 밤풍경 감상목록에 들어 있었지만, 숙소에 짐을 풀고 심심해져버린 까닭에 과감하게 일정을 변경하고 땡볕관람을 하게 되었다. 용감하게 배낭메고 뚜벅이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왔다. 옛날 수학여행 때 보았던 것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던 안압지 풍경. 월지(月池; 안압지의 원래 이름) 바닥에서 발견된 일종의 주사위.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여러가지 명령이 쓰여있어 술자리에서 던져 나오는 행동을 하도록 하게 되어 있다. 조금 응용하면 연예 프로그램에서 사용하기에도 손색 없어 보였다. 언덕 위 느티나무 고목. 운치 있어 보이는 것이 .. 2013. 8. 17. 알약과 시계 알이 굵은 약은 목에 걸리는 느낌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삼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아주 괴로워 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자리에 모가 나 있기라도 하면 더욱 그렇다. 내가 먹는 비타민이 그렇다. 오메가3는 커도 매끈하게 코팅이 되어있기 때문에 그나마 부드럽지만(사실 그래도 식도 어딘가에 걸려있는 느낌이 들 때도 종종 있기는 하다), 종합비타민의 경우는 타원형으로 생겼으면서도 위,아래로 모가 나있기에 먹기 불편하다. 꺼끌거리는 느낌이 연구개와 목젖을 거쳐 식도로 내려가면서 영 괴롭다. 마치 긁으면서 지나가는 것 같다. 내가 '약이 너무 크다'는 생각에 집착해 편집증 환자 처럼 구는 것이 아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신경을 긁고 육체나 하는 일에 피해를.. 2013. 8. 8. 수영장, 그리고 엄마 아마 초등학교 5학년, 아님 6학년 쯤 되었을 때였을 게다. 여름이었는데 친구들과 어찌어찌 하다 날도 덥고 하니 수영장에 가서 놀기로 하고 신나게 집으로 들어갔다. 아뿔사, 엄마가 안 계셨다.수영가방은 혼자 챙겨도 해결 되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입장료, '돈'이 문제였다. 돼지 저금통이며 책상 서랍을 다 뒤져도 입장료가 되기엔 얼마큼이 모자랐다. 옳거니!그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입었다 걸어 놓은 옷 주머니에는 다만 얼마라도 있겠지 싶었다. 샅샅이 뒤져도 한계가 있었다. 동생들이야 말 할 것도 없이 나보다 돈이 더 없을 터. 아이들이랑 수영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은 다가오고 엄마는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고... 그야말로 속이 탔다. 급기야 급한 마음에 엄마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겨울에.. 2013. 8. 6. 안산 메타세콰이어 숲과 창덕궁 멧돼지 여름 산은 역시 힘들다. 습도도 높고 온도도 높다. 어제 내린 비로 길마저 질척거린다. 그래도 이 나리처럼 간간이 나타나는 꽃들과, 숲을 어렵사리 뚫고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이 있어 걸을 맛이 난다. 메타세콰이어 숲. 심겨진지 오래 되지는 않았는지 나무들이 가느다랗다. 나중에 이 숲이 울창해지면 호랑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하긴 옛날엔 '무악재호랑이'라는 말도 있었던 걸 보면 이 근처에 호랑이가 아주 없진 않았을 것이다. 오늘은 호랑이는 커녕 멧돼지도 없이 피톤치트 샤워만 실컷 하고 옴. 참, 창덕궁에 멧돼지 나타났다는 뉴스도 있었지. 그만큼 우리 인간들이 그들의 서식처를 야금야금 잠식한 까닭도 있겠다. 멧돼지 출현 동아일보기사>> http://news.donga.com/Main/3/all/20130730/.. 2013. 7. 30. 강낭콩 톡, 톡.깍지에서 나와 떨어지는 콩. 패릿.도톰한 깍지를 비틀어 훑어내면토도독 떨어지는 보석같은 아이들.뽀얀 바탕에 자줏빛 무늬,공연히 떠오르는 블루베리 요거트에 침이 괸다. 톡, 토독. 싸 하니 올라오는 콩 풋내.콩 싫다며 떼 쓰던 그 때, 콩 먹어야 튼튼해 진다며 바가지 한 가득 콩을 까시던엄마, 할머니. 그 때로 날 실어 나른다. 콩을 먹는 것은 추억을 먹는 것인가. 톡, 토독 토도독.반들반들 매끄럽고 아직은 촉촉한 것들어느새 그릇 가득 수북이 쌓일 때면손끝은 풋내에 물들고.콩 쌓이듯 차곡차곡 풋내로, 추억으로,여름은 그렇게 내게 물들어간다. 2013. 7. 20. 맛가루 유해논란 유감 [구글검색이미지캡쳐] 요 며칠 사이 경찰은 사료용 원료를 써서 맛가루 재료를 만들어 납품한 업자를 잡아들여 소비자들을 기겁하게 만들더니, 오늘 아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체유해성은 없다고 발표해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경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위해성보다 식품원료의 건전성에 주안점을 두고 수사한 부분"이라고 한다. 보다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식약처가 아닌가? 이것은 '좀 더러운 것으로 만들긴 했지만 먹고 죽지는 않는다'란 의미일까? 더러운 것이 곧 해로운 것으로 알고 지도해왔는데 그것이 아니라니 도대체 그 '위해성'의 범위와 수준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관련기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 2013. 7. 16. 이전 1 ··· 50 51 52 53 54 55 56 ··· 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