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예쁜 카페 마 샹스 ma chance
지난 일요일 오후, 예배 드리고 서촌 예쁜 카페를 가고 싶다는 말에 경복궁 근처에 있는 마 샹스에 들렀다. 카페라고는 했지만 커피cafe 보다는 차를 파는 티 하우스tea house 였다. 카페인이 없는 차도 마실 수 있어 좋았다.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어 '예쁜 카페' 라는 말에 어울리는 곳이었다. 안으로 쑥 들어가 있는 것에 비해 채광이 좋았고, 밝고 환한 느낌으로 꾸며져 있어 기분 좋은 화사함이 감돌았다.
주문대 앞에 진열된 마들렌과 스콘
주문하는 카운터 오른쪽 유리상자 안에는 이렇게 마들렌과 스콘이 진열되어 있었다. 시나몬, 초코, 말차, 밤, 플레인... 모두 다 하나씩 먹고 싶었지만 점심 먹고 바로 왔으니 그것은 무리.
카페인이 없다는 카르페 디엠 밀크티와 마롱 쇼콜라 티, 그리고 크랜베리 스콘과 시나몬 스콘을 주문했다.
카운터 왼쪽 여기저기 붙어있는 예쁜 마샹스 스티커
워낙 부드러운 색이라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곳곳에 마 샹스 로고가 새겨진 스티커가 붙어있다. 베이비 핑크에 하얀 글씨, 다른 하나는 흰 바탕에 청록색 글씨가 새겨져 있다. 불렛 저널에 냅킨을 오려 붙이려다 혹시나 하고 사장님께 여쭤보니 흔쾌히 색깔별로 주셨다. (고맙습니다. 제 수첩에 이쁘게 잘 붙였어요! ^^)
쑥 들어가 있는 카페인데 어쩜 이렇게 채광이 좋지? 밝으면서도 부드러운 빛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예쁜 것을 보는 것 역시 그렇다. 주문한 마실 것 먹을 것을 기다리는 동안 이리저리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다.
열평 남짓 되려나.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 아늑했다. 한 켠 에는 혼자 앉아 열심히 레이스 뜨기를 하는 분도 계셨는데, 요즘 부쩍 관심이 그쪽으로 쏠린 터라 좋아보였다. 그런 광경은 분위기를 보다 정답게 만들었다. 엄마도 늘 뭔가 뜨개질 거리를 손에서 놓지 않는 편이었다. 엄마 생각이 났다.
마롱 쇼콜라 티
노리다케 티 세트에 담긴 마롱 쇼콜라 티. 뒤에 보이는 주전자에 담겨 나왔다. 고마웠던 것은, 함께 자리한 사람들도 마실 수 있도록 작은 유리잔이 함께 제공된다는 것. 더운 물도 따로 나왔는데, 따로 말하지 않아도 챙겨주는 배려가 무척 고마웠다. 사람은 작은 것에 감동하는 존재.
크랜베리 스콘 + 시나몬 스콘
스콘 하나에 잼 한 종지 씩, 그리고 버터 나이프도 각각 한개 씩 따라 나왔다. 이곳 테마는 장미인가 보다. 가게 바깥쪽 입구부터 실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장미가... 버터 나이프는 친정에서 쓰는 것과 같아 친근한 느낌. 집에선 빨간색 자루인데, 이곳은 아이보리와 그린.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 커트러리는 결혼하고 첫번째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선물한 것이란다. 내 기억력은 정말 보잘것 없다. 그에비해 남편님의 기억은 얼마나 우월한지. 난 왜 그런걸 기억 못하는 건가. 기억을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그런 걸 다 기억하는 거지? @@
카르페 디엠 밀크 티
이것이 카르페 디엠 밀크 티. 따뜻한 밀크티는 집에서만 마셔봤고, 밖에서는 늘 공차나 팔공의 아이스 밀크 티만 마셨다. 그러니까 밖에서 먹는 따끈한 밀크 티는 이것이 처음인 셈... (이라고 하지만 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있다.)
부드럽고 달달한, 하지만 진한 맛이 차보다 커피족인 남편도 맛있다고 이게 뭐냐고 물어볼 정도. ㅎㅎ
내 자리에 앉아 바라본 창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창쪽을 보았다. 옛날에 살던 집에도 이런 비슷한 창이 있었지만 높이가 달라 그런지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집이라면 창문 아래쪽으로 2,3인용 카우치를 놓으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영업을 위한 장소니 어렵긴 하겠지.
천장에 매달린 등은 불을 켜면 살짝 붉은 빛이 감돈다. 저녁 때는 더욱 멋지다고. 어두운 밤에 보는 이곳은 또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다. 여전히 포근하고 다정한 분위기일까. 그런 분위기 덕에 우리도 행복하고 아기자기한 오후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행복이란 좋은 사람과 함께 차 한 잔 나누는 시간 만으로도 가능하다.
길에서 쑥 들어와있는 곳인데도 용케들 찾아온다. 오히려 가게에 딸린 앞마당 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꾸며놓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